남과 북은 지난 3일부터 제주에서 열린 경제협력추진위원회 12차 회의에서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 협력에 관한 합의서'와 9개항의 합의문을 채택,어제 발표했다.

핵심 현안인 열차시험운행을 명시하지 못하고 '조건조성 이후'라는 모호한 표현에 그쳤지만,경공업 협력외에 한강하구 골재채취 사업,개성공단 여건 마련,임진강 수해방지 사업,경제시찰단 교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안에 합의한 것은 적지 않은 성과(成果)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이번 합의서는 원자재 제공에 따른 상환조건에 이자율과 함께 국제시장 가격을 적용하는 상업적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진전이다. 한강하구 골재 채취를 합의문에 구체화한 것도 주목하기에 충분하다. 제대로 이행되면 중립수역으로 방치돼온 한강하구의 공동이용을 통해 남북 모두에 이익을 가져오고 군사적 긴장완화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경협위에서 어느 때보다 많은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그 실현 여부를 속단하기 이른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협력의 전제조건인 열차시험운행이 명시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데서 보듯 여전히 불투명(不透明)한 상황이다.

우리측은 '8월부터 경공업 원자재를 제공한다'는 합의와 북측이 양해했다는 점을 들어 그 이전의 열차운행을 낙관하고 있지만,솔직히 의구심부터 갖지 않을 수 없다.

북측이 지난달 25일로 예정됐던 열차운행을 일방 취소한 데 비춰 또 다른 조건을 들고 나와 발뺌하거나 합의를 파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더구나 한강 골재 채취도 군사적 보장이 조건으로 걸려 있어 이행여부를 점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합의에 대한 북측의 보다 성의있는 이행이 실질적인 협력을 위한 선결조건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북측은 특히 조속한 열차시험운행이 앞으로의 경협 성패를 결정짓게 될 것이란 점을 명심해 합의 실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하루빨리 북핵 6자회담 복귀를 통해 신뢰(信賴)기반을 조성하는데 스스로 힘쓰는 태도를 보여줘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측도 합의내용의 보다 구체적인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선행조치와 수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일방적 양보만으로는 협력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열차운행 등 합의 이행 없이는 경공업 협력도 없다'는 확고한 원칙을 확립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