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라톤과 걷기운동이 인기다.

별 준비 없이 그냥 뛰거나 걸으면 그만이어서 누구든지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인식에 분개하는 사람이 있다.

뉴발란스의 신현관 대리(34),그의 또 다른 직함은 '신발 코디네이터'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직업이다.

신발 코디네이터의 일은 소비자에게 딱 맞는 운동화를 골라주는 것."유럽 홍콩 싱가포르 등 선진국에서는 신발 코디네이터가 생활의 필수 직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신발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았기 때문이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스포츠웨어 판매직을 시작한 신씨는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신발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다.

"알고 파는 것과 모르고 파는 것은 큰 차이가 있더라고요." 미국 보스턴에 있는 뉴발란스 본사와 호주 족부의학팀에서 반 년간 교육을 받았다.

신발 코디네이터가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화를 골라주는 데 보통 한 시간 남짓 걸린다.

브랜녹 디바이스(brannock device)라는 기구로 발 길이,너비,발 아치 형태 등을 측정한다.

다음 발 운동 형태,발 착지 형태,훈련량,걸음걸이,부상 정도,용도 등을 체크한다.

"사람마다 발이 다 달라요.

바닥에 발을 디딜 때 안쪽부터 닿는지,뛸 때 오른쪽으로 기우는지 등 세밀하게 점검합니다." 예를 들어 발이 지나치게 안쪽으로 회전하는 과회내전 양상을 보이는 손님의 경우 이를 방지하는 기능을 장착한 신발을 권하는 식이다.

매장에 러닝머신을 비치해 고객이 몇 백m 정도를 달리게 한 뒤 풋 스캐너(foot scanner)로 카메라 촬영을 한다.

맨발로 달릴 때와 기존에 신던 신발을 신고 뛸 때,신발 코디네이터가 추천하는 운동화를 착용하고 달릴 때,세 경우를 비교 분석해준다.

신발 코디네이터의 과학적인 조언을 받은 고객 충성도는 꽤 높은 편이다.

"그래도 발이 불편하면 교환해주는 사후체크 제도를 실시하지만 교환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뉴발란스 매장에 신발 코디네이터가 상주한 뒤 매출액이 15%가량 상승했다.

확보한 단골 고객만 300명이다.

하루에 판매하는 운동화는 100여켤레."지방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바로 내려갑니다." 200만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마라톤 인구가 신씨의 잠재 고객인 셈이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화를 신어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도 지킬 수 있죠."

운동화에 대한 신씨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분해해본 운동화만 몇십 켤레다.

"저도 마라토너입니다.

출시되는 모든 운동화는 제가 직접 착용하고 달려봅니다." 타 스포츠웨어 브랜드 판매직원들이 신씨를 찾아와 상담할 정도다.

신씨는 신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낮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발은 제2의 심장이라고 하죠.하이힐을 즐겨 신는 여성들의 대다수가 발이 변형되는 무지외반증이 있습니다." 그만큼 편안한 신발이 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현재 뉴발란스에서 활동하는 신발 코디네이터는 6명.신씨는 요즘 후배 양성 교육에 열심이다.

"일산백병원 족부클리닉의 조언을 정기적으로 듣습니다.

관련 세미나와 강의에도 참여하죠." 신발 코디네이터가 국내에서 시작 단계인 만큼 전망은 밝은 편이다.

입사 6년차인 신씨의 연봉은 4000만원 선.국민건강에 이바지한다는 사명으로 일하는 신씨는 갈 길이 멀단다.

자신의 이름을 붙인 러닝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신씨의 목표다.

"손에서 발냄새가 나긴 하지만 그래도 즐겁습니다."

글=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