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기 쫙 빼고 … 건강을 돌돌말아 한입에

베트남 전쟁은 1945년 4월 시작해 1975년 4월 끝이 났다.

베트남이 자주독립을 위해 싸웠던 이 30년 동안 프랑스 군이 식민지 베트남을 되찾으러 왔다 빈손으로 돌아갔고 공산주의를 봉쇄하겠다고 상륙했던 미군이 인류 전쟁 역사에 기록될 만한 작전 실패를 경험하고 퇴각했다.

사람들은 프랑스와 싸운 베트민이든 미국과 싸운 베트콩이든 그들이 지독한 근성을 가졌다고 말했다.

혹자는 그러한 근성이 우리에게도 있다고 말한다.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팜 띠엔 반 주한 베트남 대사는 "한국과 베트남은 수천년간 농사를 지었고 똑같이 유교 문화가 깊어서 그런지 정신 세계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할 때가 많고 부지런한 것도 참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대사 부인 쯔엉 티 쭝이 "여자들이 가족,특히 아이들에게 헌신하는 것이 꼭 닮았다"고 거든다.

두 나라는 식습관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쯔엉 여사는 입쌀과 찹쌀로 짓는 쌀밥과 현지에서 '포'라고 불리는 쌀국수를 위주로 하는 베트남의 식단을 설명하다가 "그러고 보니 보양식을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네"라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는다.

베트남에서는 개 뱀 거북이 자라 들쥐,심지어 고양이까지도 식량이다.

대사는 "뱀과 자라는 식용으로 사육도 하는데 남자들은 정력에 좋다고 해서 피를 술에 타 마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편적으로 볼 때 베트남 식단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성이다.

길이가 2000km나 되는 길쭉한 국토 모양 때문에 북부 중부 남부의 음식이 조금씩 다르고 인구의 86%를 차지하는 비엣 민족 외에 53개 소수 민족이 있어 그 영향도 컸다.

중국 인도 프랑스의 영향을 차례로 받아 중국에서 간장과 한약,인도에서 카레,프랑스에선 커피 우유 와인이 들어왔다.

특히 중국 색이 강하다.

중국은 콩간장을 쓰지만 베트남에서는 늑맘이라고 불리는 생선 발효 간장을 쓴다는 게 다른 점이다.

대사는 또 음식과 관련된 베트남의 특징에 대해 "한국 사람들도 베트남에 오면 다 인정하는 사실인데 돼지고기 닭고기가 특히 맛있고 기름을 적게 쓰고 야채를 많이 먹어 여자들이 날씬하다"고 했다.

대사 부인은 라이스 페이퍼에 돼지고기와 숙주 파 등 야채를 넣어 싸 먹는 스프링 롤과 베트남 쌈을 소개했다.

재료는 비슷하다.

생고기를 넣고 튀겨 먹는 것이 스프링 롤,익힌 고기를 넣어 둘둘 말아 그냥 먹는 것이 베트남 쌈이다.

둘 다 늑맘에 고추 마늘 설탕 레몬을 섞은 늑맘 소스를 찍어 먹는다.

베트남 대사 부부는 세계 음식 시리즈를 시작하고 나서 만나 본 25쌍의 주한 외교관 부부 중 유일하게 우리말로 인터뷰한 사람들이다.

둘의 생김새를 보고 유창한 한국어를 듣자면 이들이 한국 사람인지 베트남 사람인지 순간 헷갈릴 정도다.

팜 띠엔 반 대사는 김일성종합대학에서 한국 문학을,쯔엉 티 쭝 여사는 북한 원산농업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했다.

1967년 북한 유학을 시작으로 북한에서 15년,한국에서 5년을 살았으니 둘 다 반평생을 한국 땅에서 살았다.

대사 부인은 "세 아들이 모두 한국에서 대학원이나 대학교를 다녔다"며 "한국이 내 제2의 고향"이라고 말했다.

대사는 북한의 추억에 대해 '순수하고 소박한 사람들', 대사 부인은 '인내심 많고 부지런한 사람들'을 꼽았다.

팜 띠엔 반 대사는 '홍길동전'과 '춘향전'까지 언급하며 "베트남 사람인 제 입장에서도 문화 풍습이나 인간 심리 묘사가 와 닿는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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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링 롤 만들기 ]



◆재료=라이스페이퍼,돼지고기,숙주,양파,쪽파,당근,계란,후추

◆만들기=재료를 다져 섞고 라이스페이퍼 가운데 올린 후 페이퍼를 원통 모양으로 틈 없이 접어 튀긴다




[ 베트남쌈 만들기 ]











◆재료=라이스페이퍼,삶은 돼지고기,대친 새우,지단,상추,숙주,쪽파,쑥갓,홍고추

◆만들기=재료를 채썰어 라이스페이퍼에 가지런히 놓고 한쪽 부분이 트이도록 접는다.

* 소스에 넣는 늑맘은 경동시장 아시아식료품점에서 태국산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