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형준씨(35)는 한 달 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회식을 한 뒤 노원구 월계동에 있는 집으로 가기 위해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

며칠 뒤 과속에 따른 범칙금 6만원을 내라는 고지서를 받았다.

계산해 보니 대리기사를 부른 날 밤이었다.

그렇다고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평소 몇몇 대형 대리운전업체만 이용하는 김씨가 하필이면 이날 '길빵'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길빵이란 식당이나 거리 등에서 전화로 대리기사를 찾는 손님을 발견한 뒤 잠시 후 다가가 손님이 부른 대리운전사라고 사칭하는 사람을 말한다.

김씨는 "어느 업체의 대리운전사인지 확인하더라도 회사측에서 범칙금 부담을 고객에게 떠넘기기 일쑤인데 아예 어디 소속 운전사인지도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뿐"이라며 "부른 지 채 1~2분도 안 돼 도착한 게 어째 미심쩍었다"고 푸념했다.

대리운전 문화가 보편화되고 업체들도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대리운전을 이용했다가 낭패를 보는 소비자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사는 박 모씨(44)는 최근 강남지역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술을 먹고 대리운전사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가 후회했다.

평소 1만5000원 수준이던 대리기사비가 일명 '업소콜'이 적용돼 4만원이 나온 것.업소콜은 특정 대리운전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레스토랑이나 술집이 수수료를 챙기는 바람에 정상가격보다 훨씬 높다.

이용요금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아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다.

오동석씨(30)는 최근 '서울 전 지역 1만~1만5000원'이라는 광고를 보고 대리운전사를 불렀다가 막상 강북구 수유동 집에 도착하고 난 뒤 3만원을 내야 했다.

운전사는 목적지가 서울 외곽이라며 기본요금으로 2만원을 적용한 뒤 같은 동네에 사는 동료 2명을 태우고 온 것에 대해 1인당 5000원씩 경유요금까지 부과했다.

오씨는 "돌아서 온 것도 아니고 집이 같은 방향이어서 태웠을 뿐"이라며 "더구나 출발 전에 경유요금에 대한 안내는 전혀 받은 적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재 업계가 추산하는 대리운전업체는 전국에 약 4000개.운전자는 8만~1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부과요금 및 대리운전자 교육에 대한 기본법이 없는 상태여서 영업 행태는 순전히 업체 자율에 맡겨져 있다.

640여개 대리운전 업체를 회원사로 둔 한국대리운전협회 이창석 법무실장은 "고객이 대부분 취한 상태에서 피해를 입는다"며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믿을 만한 업체를 정해 단골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리운전사에게 개인 소지용 대리운전보험증권을 요구하면 운전사의 성명은 물론 사고시 보상내역,보험 유효기간 등도 확인할 수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