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마세요.우리 동네는 하나도 안올랐는데."

부동산 미니버블(거품) 얘기가 나도는 도쿄의 부동산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변두리 히노데초를 찾아갔다. 주민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내저었다. 2004년 초 50평의 대지에 원목으로 2층 목조주택을 지은 설계사 아라이 노리오씨는 "땅값을 합쳐 총 건설비로 6000만엔을 투자했으나 2년 동안 가격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동네 토박이로 40년 이상 건설업을 해온 하마나카 에이지 사장은 "정부와 매스컴에선 경기가 좋아져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고 하는데 우리 동네는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이 꺼진 뒤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얼굴을 찡그렸다.

도쿄 외곽 지역은 집값이 오른 지역이 많지 않았다. 미니버블이라는 도심 부동산 경기와는 딴판이었다.

국내외 투자 자금의 타깃이 되는 도쿄역,쇼핑 중심가인 긴자 신주쿠 등의 오피스 및 상가는 2년 전에 비해 50% 이상 오른 곳도 많다.

신주쿠에서 부동산 가게를 운영하는 고마쓰 신도쿠 사장은 "시내 아파트나 맨션도 2년 전보다 평균 20% 정도 올랐다"고 밝혔다.

일본인을 상대로 하는 한국 식당이나 상점이 몰려있는 신주쿠 쇼쿠안도리의 부동산도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김근희 한국광장 사장은 "최근 한국에서도 투자 문의가 오고 있으나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여서 신규 매입은 주의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올들어 본격화된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 차별화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관련 업계에선 향후 도쿄의 주택 가격은 단카이(일본판 베이비붐)세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단카이세대는 약 680만명으로 고도 성장기에 돈을 벌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사람이 많다.

목조주택건설협회의 이나키 기요다카 사무국장은 "내년부터 대량 퇴직하는 단카이 세대가 전원주택보다 병원 등 주거 여건이 좋은 시내를 선호하는 것 같다"며 "도심과 변두리간 주택 가격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