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이번 5.31지방선거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면서 꾸준히 이어온 성장세에 일단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줄곧 상승세를 이어온 비례대표 정당득표율이 처음으로 제자리 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2명의 기초단체장을 배출하며 `텃밭'으로 자리매김했던 울산에서도 지지세의 퇴조가 두드러졌고, 16개 시.도에서 광역의원 1명씩을 모두 배출해 전국정당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무산됐다.

또 30대의 김종철(金鍾哲) 후보를 내세운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득표율이 3% 안팎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얻어 기성 정치권의 높은 장벽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민노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열린우리당을 대신할 개혁.진보 진영의 대안 세력으로서 성장가능성을 입증, 향후 대선과 총선에서 확실한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수정해야 할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됐다.

당 내부에서는 당장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문성현(文成賢) 대표의 지도력도 어느 정도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 혁신에 대한 요구도 다시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문 대표 체제가 지난 1월말 출범해 얼마되지 않은 점과 소수당으로서의 한계를 감안한다면 지도부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아 당장 지도부 총사퇴로까지는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와 함께 당내에서는 이번 선거에서의 부진이 잠재적 대권 주자들의 물밑 경쟁을 조기에 가시화시킬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두 차례 대선에 출마한 권영길(權永吉) 의원과 대중적 인기가 높은 노회찬(魯會燦) 의원이 유력 주자로 거론된다.

문제는 차기 대선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념정당'의 굴레를 벗어나 `대중정당'의 면모도 갖추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노력과 전략수정으로 귀결된다는 것이 당내 일각의 지적이다.

한편 민노당은 한나라당의 압승과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인해 예상되는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에서는 일단 비켜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민노당 구성원들의 성향 자체가 기성 정치권과는 이질적이고 지지층 또한 고정된 편이어서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상관없이 `마이웨이'를 걸을 것이라는 얘기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