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아이칸 연합의 KT&G 인수 시도가 점점 더 헛된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7일자 칼럼에서 "칼 아이칸은 누구도 가려고 하지 않은 길에 용감하게 나섰지만 전략적 선택사항이 부족함을 드러냈다"며 '지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KT&G 경영진은 아이칸측의 첫 번째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함으로써 교착국면을 조성했고,이를 통해 벌어들인 시간을 실적 개선이 아닌 경영권 방어 전략을 세우는 데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행 증권거래법 규정과 반 외국자본 정서가 아이칸측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아이칸측이 적대적 인수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80억달러에 달하는 주식 인수 자금을 모아야 하고,반 외국자본 정서가 고조된 가운데 KT&G 우호세력을 설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FT는 "협상 테이블을 떠나는 것은 아이칸측이 취할 수 있는 선택사항이 아니다"며 "1억3500만달러의 평가차익을 얻었으나 내부자 거래와 주가 조작을 방지하는 증권거래법이 이익 실현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리히텐슈타인이 어렵게 사외이사에 오르면서 최소 6개월간 주식처분이 제한됐다"면서 "결국 이들은 보유목적을 변경한 뒤 주가가 하락하지 않도록 '블록 딜'을 통해 주식을 처분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