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대량 매도 행진 속에 급락장세가 펼쳐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사자'로 방향을 틀고 있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이후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은 5조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1조5천억원 순매수했다.

코스피지수가 외국인 매도 여파로 급락세를 지속한 점을 감안할 때 개인은 주가가 하락할 때 매수에 나서는 전형적인 역추세 매매패턴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올들어 4개월간 줄곧 `팔자'로 일관했던 개인들은 5월들어 전날까지 1조3천억의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개인들은 지난달 25일 이후 현대차삼성중공업을 각각 1천759억원, 1천67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또 현대건설(1천259억원), 현대모비스(1천135억원), 기아차(975억원) 등 현대차그룹주들을 대거 사들였으며, LG전자(960억원), 현대상선(955억원), 국민은행(807억원) 등도 순매수했다.

이밖에도 CJ, SK, 삼성물산, 기업은행, 삼성전자 등도 개인 순매수 상위 20위권내에 포함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현대상선, POSCO,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을 내다팔았다.

외국인의 매도로 급락장세가 지속되는 중에도 개인이 순매수에 나선 것은 코스피지수가 지난 11일 고점대비 150포인트 가량 급락함에 따라 '낙폭과대'로 인한 저가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증권은 이번 급락 장세가 촉발된 지난 11월 이후 낙폭과대 종목들 중에서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 ▲거래대금 10억원 이상 ▲견조한 매출 성장 조건을 충족시키는 고려아연 등 30개 종목을 '관심주'로 추천했다.

낙폭과대 우량주로는 대우건설, 롯데미도파, 대우증권, 대우조선해양, 금호전기, 두산산업개발, STX조선 등이 포함됐다.

서정광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200종목들 중에서 적정주가와 현주가간 괴리율이 50% 이상 벌어진 종목들은 24개로 집계된다"며 "최근 지수 급락으로 과도하게 떨어진 종목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영업이익 증가율이 10% 이상인 실적호전주나 특별한 모멘텀을 보유한 종목들 위주로 접근하는 게 좋다"며 "낙폭과대 개별주보다는 대형주 위주로 접근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지수가 조정을 보이기 전에 대형주 위주로 상승세가 이어졌기 때문에 반등할 때도 소형주 보다는 중.대형주 중심으로 시세가 분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저가 매수에 나서더라도 급반등을 노린 대량 매수보다는 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소폭씩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시장이 내주 초까지는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반등이 나오더라도 단기간에 직전 고점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올라가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하는 것보다 소폭의 분할매수 전략이 바람직하며 정보기술(IT)주와 금융주 위주로 접근할 것"을 권했다.

반면 가격 메리트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턱대고 매수에 가담하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와 동조화 흐름을 보이는 등 해외 악재에 민감해 여전히 추가 하락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예단보다는 확신이 필요한 때"라며 "지수 반등을 확인한 뒤에 매수에 가담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