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평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으로 2002년 1월 배럴당 19.7달러에 불과했던 국제유가는 2003년 평균 31달러,2004년 41달러,2005년 56달러로 줄곧 상승세를 보여 왔다.

금년에도 4월 중순 이후 배럴당 70달러를 넘는 고유가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유가와 함께 금이나 동 등 금속 자원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세계 유수의 금속자원 생산국이기도 하는 중국은 동 마그네슘 주석 텅스텐 등 금속자원의 수출억제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중국정부는 이들 품목의 수출에 대해 관세율을 올리거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원자재는 휴대폰 PC 전선 등의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부품 및 공구 등에 필요한 금속이기 때문에 중국의 수출억제 정책으로 인해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며,우리나라 제조업의 비용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석유 금속 등 자원 가격의 전반적인 상승세는 각 시장 고유의 요인에 의해서만 발생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는 세계경제의 호조에 따른 수요 확대가 각종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세계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소위 브릭스(BRICs)의 경제성장과 기타 신흥시장의 발전으로 자원수요가 계속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중국의 1인당 석유소비량이 우리나라 수준으로 확대될 경우 중국내에서만 2005년 기준으로 전 세계 석유소비량의 70% 정도가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중국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석유 공급량은 하루 8360만배럴에서 1억4000만배럴로 확대돼야 하지만 세계의 석유생산량은 그 정도로 늘어나기가 어렵다.

국제에너지기구(IEA)나 엑슨모빌,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각 석유전문기관들은 세계 석유생산량의 한계점(Peak Oil)을 하루 1억~1억2000만배럴,한계점 도달 시점을 2020~2030년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수십년 동안 지속된 저렴한 자원가격의 시대는 자원가격 상승 시대로 구조적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자원가격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BRICs를 비롯한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계속될 경우 자원 부족 시대가 도래 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중국이나 인도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외자원의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자원제약으로 인해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이다.

이와 같은 자원 선점경쟁은 자원개발을 촉진해 자원 수급안정화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일본과 중국의 최근 영토분쟁 격화 등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국가 간 분쟁을 촉발하기도 한다.

앞으로 자원부족시대가 오면 미국과 중국의 마찰도 한층 격화될 것이다.

강대국 간 자원을 독점하는 식의 개발경쟁은 세계평화와 공동의 경제적 이익을 저해한다.

우리나라로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자원 쟁탈전에 대비하는 한편 각국 공동의 이익에 기초한 자원 배분 메커니즘이 효율적으로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각종 천연자원의 한계로 인한 성장 제약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원 대체 기술의 개발과 이를 활용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

미국은 이미 정책적으로 옥수수를 활용한 에탄올 정제공장이나 주유소 등의 인프라 정비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에탄올 연료사용량은 2010년까지 2배 정도 늘어나 연간 100억갤런(약 378억ℓ)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로서도 해외자원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자원대체 기술의 개발과 관련 인프라의 정비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에탄올의 활용과 함께 풍력,태양전지 등 자연에너지의 개발이나 각종 금속재료의 대체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에탄올의 활용으로 인한 세계농산물 수급의 변화에도 대비하고 우리 제조업도 새로운 대체자원에 맞는 제품기술을 확보하는 데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