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자존심 FC 바르셀로나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아스날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유럽 클럽축구 정상에 올랐다.

바르셀로나는 18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생드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5-200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전반 18분 골키퍼 옌스 레만의 퇴장으로 10명이 싸운 아스날을 상대로 전반 37분 솔 캠벨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30분 사뮈엘 에토오의 동점골과 후반 35분 벨레티의 역전골로 짜릿한 2-1 역전극을 펼치며 우승했다.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우승팀 바르셀로나는 1991-1992년 시즌 이후 14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밟았다.

굵은 빗줄기와 팽팽한 긴장 속에 킥오프된 이날 결승에서 아스날은 전반 3분 티에리 앙리가 문전에서 완벽한 찬스를 맞았지만 바르셀로나 수문장 발데스의 선방에 막혀 선제골 기회를 놓쳤다.

초반 공세를 펼친 아스날에 불운이 찾아온 건 전반 18분.
바르셀로나의 카메룬 출신 공격수 에토오의 단독 찬스에서 아스날 골키퍼 레만이 뛰쳐나와 몸으로 막아내며 파울을 하자 심판은 가차없이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아스날의 아르센 웽거 감독은 퇴장당한 레만을 대신해 로베르 피레스를 빼고 골키퍼 알무니아를 출전시켜 10명으로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수적 우위를 점한 바르셀로나는 전반 21분 호나우디뉴의 프리킥과 전반 33분 루도비치 지울리의 슈팅이 잇따라 빗나가 좀처럼 골문을 열지 못했다.

오히려 선제 골맛을 본 것은 아스날이었다.

아스날은 전반 37분 오른쪽 미드필드 지역에서 앙리가 차올린 프리킥을 수비수 캠벨이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솟구쳐 헤딩으로 바르셀로나의 왼쪽 네트를 갈랐다.

다급해진 바르셀로나는 전반 인저리타임 호나우디뉴의 킬 패스를 받은 에토오가 페널티지역에서 수비수를 등지고 강력한 왼발 터닝슛을 때렸지만 골키퍼 손끝에 맞고 왼쪽 골 포스트를 때려 동점 기회를 날렸다.

오히려 바르셀로나는 후반 초반 앙리와 프레데릭 융베리에게 역습을 허용,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저력이 발휘된 건 패배의 흐름이 감돌던 후반 30분.
미드필드 지역 중앙에서 최전방으로 투입된 볼을 후반 교체 투입된 헨리크 라르손이 살짝 흘려주자 뒷공간으로 파고든 에토오가 잡아 골지역 왼쪽에서 오른발 슛으로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렸다.

기세가 오른 바르셀로나는 후반 35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다시 라르손이 찔러준 패스를 역시 후반에 투입된 벨레티가 잡아 사각에서 골키퍼 가랑이 사이를 꿰뚫는 통렬한 슈팅으로 역전골을 뽑아냈다.

사상 처음 결승에 오른 아스날은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수적 열세를 견뎌내지 못하고 후반 막판 바르셀로나의 대반격에 무너져 우승 문턱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