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필요하면 돼지우리에서도 일해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말을 절제했다.

드문 드문 특유의 직설적 화법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딱히 화제가 될만한 언급은 피했다.

유 장관의 이날 간담회는 장관 취임 100일을 맞아서다.

유 장관은 19일이 취임 100일이 되나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하기 때문에 간담회 일정을 앞당겼다.

그동안 유 장관의 행보는 `조용한 몸 낮추기'였다.

장관 임명 과정에서 워낙 큰 진통을 겪은 때문인지 장관이 된 이후는 "유 장관이 어디로 갔느냐"고 할 정도로 내부로 파고 들었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 추진, 식대의 건강보험 적용, 긴급복지 지원제 시행, 노인 일자리 확충방안 모색, 혈액 안전 공급책 마련 등 짧은 시간 많은 정책을 펼친 것도 사실이다.

유 장관은 정책 결정과정에서 토론을 중시했다.

간부 직원은 물론 사무관급 이하 직원들과도 토론을 통해 정책을 만들어 가는 절차를 밟았다.

복지부 직원들은 "전혀 새로운 방식이나 효율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 장관은 역으로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들인데 보상과 처벌의 불균형으로 인해 시끄러운 일을 하지 않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복지부 사무실이 여러 군데로 흩어져 있는 데 대해 "공무원은 필요하면 돼지우리에서도 일해야 한다"면서 "옮겨서 따로 청사를 구하면 좋지만 여건이 안되는 만큼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참고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장관은 이날 `유시민 시계'에 대해선 민감하게 반응했다.

"구태의연한 선물을 만들어서 죄송하다.

앞으로 이름을 쓰지 않겠다"면서도 "은수저 포장지에 이름을 쓰면 괜찮고 은수저에 이름쓰면 안되는 지 좀 구태의연한 비판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뉴스가 되는 지도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서울시장 후보에게 국립서울병원 이전 문제에 대해 질의서를 보낸 것과 관련, "병원을 옮기지도, 새로 짓지도 못하는 상황이 5년째 계속되고 있다"면서 "서울시민의 건강과 행복을 책임지는 후보라면 어떤 견해가 있는 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옹호했다.

국민연금법 개정에 대해선 "다음달부터 국회에서 연금 개혁을 본격 논의하겠다" 는 입장을 밝혔다.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연금 개혁에 대해 정치권의 부담이 다소 줄어든 시점을 택해 연금법 개정을 집중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