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나오는 우리 문화유산의 상당수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간송 전형필(1906~1962)이 평생 모은 문화재들을 매년 봄ㆍ가을 정기적으로 소개해온 간송미술관이 간송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수천 점에 달하는 문화재 중 엄선한 100점을 21일부터 2주간 전시한다.

이번에 나오는 전시품 중엔 값을 따질 수 없는 명품이 대거 포함돼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을 비롯해 '동국정운'(국보 71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68호)''혜원전신첩(국보 135호)' 등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12점과 보물 10점이 모두 전시된다.

국보 1호 교체논란이 있을 때마다 거론되는 '훈민정음 해례본'은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기념전에 임대됐다가 돌아와 이번에 다시 나온다.

'동국정운''금동삼존불감(국보 73호)''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국보 72호)'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도자기 명품들은 1998년 간송미술관 설립 60주년 기념전에 나온 뒤 8년 만에 공개된다.

상감청자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함께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국보 66호)''청자기린형향로(국보 65호)''청자오리형연적(국보 74호)''청자원숭이형연적(국보 270호)''청화백자 양각진사철채 난초국화무늬병(국보 294호)' 등이 출품된다.

서화류의 면면도 화려하다. 겸재 정선의 작품 중엔 '풍악내산총람'을 비롯해 '삼부연''단발령망금강' 등 10여점이 소개되며 그동안 실물이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안견의 '추림촌거',신사임당의 '포도',이징의 '강산청원'과 '고사한거'김명국의 '송하문동' 등을 이번 전시회에서 볼 수 있다.

단원 김홍도의 작품으로는 울분에 찬 자신의 모습을 그린 듯한 '월하취생',화창한 봄날 말을 타고 가던 선비가 버드나무 위의 꾀꼬리를 쳐다보는 장면을 대담한 사선 구도로 그려낸 '마상청앵' 등이 나온다.

조선풍속화의 백미로 꼽히는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중에서는 단오절에 그네를 타는 여인들을 묘사한 '단오풍정',여인과 선비가 밀회하는 장면을 담은 '월하정인'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또 추사 김정희의 글씨도 감상할 수 있다.

간송 전형필과 그가 설립한 간송미술관은 우리 문화유산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간송미술관은 지정문화재로 국보 12점과 보물 10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국보ㆍ보물급 문화재들을 대거 소장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간송은 일본 와세다 대학 법과를 졸업한 뒤 귀국해 위창 오세창과 교우하면서 1930년부터 한국 문화재 수집에 본격적으로 나선 인물. 의관집 2남2녀 중 차남이었지만 형이 죽자 젊은 나이에 10만석의 재산을 상속받아 갑부가 된 이후 학자 겸 전각가였던 오세창으로부터 문화재 감식안을 익혔다.

1934년 성북동에 집을 마련한 뒤 문화재들을 입수하기 위해 일본 골동품 경매에 참여한 것은 물론 일본인 소장가를 설득해 문화재를 구입했다.

1938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박물관인 간송미술관을 설립,문화재 보호 및 연구에 큰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번 전시회는 6월4일까지 열린다.

관람료 무료.

(02)762-044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