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기관투자가인 연기금이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차익거래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악화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지 않을 경우 3000억원 정도의 추가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은 최근 8일 연속 순매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날은 투신 은행 보험 등 다른 기관들이 순매수한 데 반해 연기금이 나홀로 2000억원 이상의 순매도 물량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프로그램 차익거래 물량으로 파악된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선물 매도로 시장 베이시스(현물과 선물 간 가격차)가 악화되면서 연기금이 인덱스펀드의 현물 주식을 팔고 저평가된 선물로 갈아타는 스위칭 매매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대부분 시장가로 체결되기 때문에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선 호가를 낮추면서 낙폭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최 연구원은 "시장 베이시스가 현재 수준인 -0.3∼0.4 정도를 지속할 경우 연기금의 스위칭 물량이 차익거래 형태로 3000억원가량 더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연기금의 프로그램 매물과 함께 외국인의 현·선물 동시 매도도 지수 급락을 초래한 원인"이라며 "특히 최근 들어 외국인이 선물에 대해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도 장 초반에는 외국인이 선물에 대해 순매수를 보였지만 후반 들어 대규모 순매도로 돌아섰다.

조 부장은 "외국인의 선물거래에는 최근 불투명한 시장상황을 이용한 투기적인 세력이 상당부분 가세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이 선물을 사고 팔면서 프로그램을 통해 현물까지 조종하는 양상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