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일본사회를 침체기로 몰아넣은 '잃어버린 10년'.일본 열도는 출구없는 터널에서 신음했다.

전 국민이 중산층이라는 '1억 총 중류' 패러다임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하류 인생만 늘어났다.

소득에 따른 격차뿐만 아니라 계층의식까지 달라졌다.

중산층의 몰락도 문제지만 사회계층의 급속한 하향이동인 '하류화'가 더 심각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래서 지난해와 올해 일본사회의 첨예한 이슈는 '하류'다.

이 문제를 다룬 책들이 잇따라 출간됐고 매스컴도 집중적으로 그 폐해와 심각성을 지적했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하류사회-새로운 계층 집단의 출현'(미우라 아츠시 지음,이화성 옮김,씨앗을뿌리는사람)은 일본에 '하류사회'라는 말을 유행시킨 주인공의 분석서다.

저자는 미쓰비시 종합연구소 출신의 마케팅 분석가.

그는 이 책에서 "과거 주류였던 중류층 상당수가 하류로 전락하면서 중류사회였던 일본이 하류사회로 향하고 있다"며 다양한 수치와 설문조사를 통해 젊은 세대의 가치관과 생활방식 변화를 보여준다.

그가 말하는 '하류'란 먹고 사는 것조차 어렵고 곤궁한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중류가 되고자 하는 의욕을 잃어버린 '중의 하' 계층을 의미한다.

즉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생활 능력,노동 의욕,학습의욕,소비의욕 등 인생에 대한 의욕이 낮은 자들이다.

특히 33~37세 남자 가운데에는 이전 세대 대부분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자부했던 것과 달리 '하'와 '중의 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48%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처럼 소득뿐 아니라 계급의식의 하류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거품경제 붕괴와 낮은 경제성장률에서 기인한다.

1970년대 전반기 중류사회에서 태어난 이 세대는 풍요의 시대에 뚜렷한 빈부격차를 겪지 않은 채 성장했기 때문에 '하'에서 '중'으로 상승하려는 의욕이 근본적으로 약하다는 것.그래서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다.

저자는 젊은이의 하류의식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기회악평등'을 하류사회 극복 방안으로 제시한다.

아울러 경제적인 대안으로 상류와 하류에 맞는 마케팅 방안도 제안한다.

상류에게는 더욱 고급스럽고 비싼 상품을 팔고,하류에게는 실용적이면서 저렴한 상품을 파는 것.이른바 '하류 마케팅'으로 비즈니스의 전체 판도를 바꾸고 궁극적으로 매상을 늘리는 방법을 찾자는 말이다.

이 책은 요즘 일본 젊은이들의 현실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한국 사회에 또다른 거울 역할을 한다.

300쪽,1만8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