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넉 달 동안 할인점과 편의점의 와인 매출이 전년 대비 30∼50% 늘어나는 등 고급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와인 소비가 빠른 속도로 대중화하고 있다.

특히 할인점 와인 매출은 소주 판매액의 60%를 넘어설 정도로 판매 증가 속도가 빠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와인 관련 카페 숫자가 전체의 8%에 달할 만큼 온라인 공간에서의 와인동호회 활동도 활발해졌다.

소주 매출 압박하는 '할인점 와인'

10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6765만달러로 3년 전에 비해 두 배로 증가했다.

올 들어선 3월까지 1998만달러어치가 들어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 늘어난 것.

특히 생필품 중심 유통망인 할인점과 편의점의 와인 매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전년 대비 48.6% 증가한 112억원어치의 와인을 팔았다.

4월 한 달 판매 기준으로는 와인이 29억원으로 위스키 등 양주(18억원)를 넘어섰고 소주(46억원)의 63%,맥주(79억원)의 36%에 달했다.

신근중 이마트 와인담당 바이어는 "작년과 비교해 와인만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며 "향후 2년 안에 와인 매출이 소주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편의점 매출 역시 쏠쏠하다.

GS25는 PB 와인을 만드는 등 와인 판매에 주력한 결과 지난달까지 4개월 동안 14만여병,금액으로는 6억원가량을 판매해 지난해보다 매출을 31% 늘렸다.

와인 수입업체인 금양인터내셔날 이기훈 과장은 "이 같은 추세에 맞춰 기존 와인 용량의 절반인 375㎖ 미니 와인을 가장 먼저 편의점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확산되는 와인 문화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와인 관련 카페는 174개로 회원 수가 4만명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회원 수 50명이 넘는 중·대형 카페는 43곳.싸이월드에서도 와인 동호회 477개가 운영되고 있다.

신희정 SK커뮤니케이션즈 과장은 "이 중에는 2만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매머드급 동호회도 있다"고 말했다.

와인나라 관계자는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까닭에 지방 동호회끼리 연합해 서울로 와인을 사러 오는 경우가 많다"며 "서울에서만 열었던 와인 장터를 이달 안에 대구와 부산에서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사이에서도 와인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숭실대 불어불문학과는 4년 전부터 신입생 환영회나 MT 때 소주나 막걸리 대신 와인을 준비해간다.

맥주 가격으로 와인을 마신다는 개념으로 압구정동에 1호점을 연 와인펍 '와인사랑'은 대학생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점포를 확장,이달 중순 추가 개점할 예정이다.

우종익 대유와인 대표는 "와인 소비량은 소득 수준에 비례한다"며 "일본의 경우 1인당 와인 소비량이 3ℓ로 한국의 10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와인의 성장 여지는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