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유를 거부당한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9일 결국 순방국인 코스타리카에서 미국 퍼스트 레이디와 조우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오스카 아리아스 신임 코스타리카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천 총통은 이날 역시 취임식 참석차 코스타리카를 방문중이었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와 '깜짝 만남'을 가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0일 전했다.

한참 취임식이 진행되던 도중에 천 총통은 자신의 자리를 떠 로라 여사에게 다가가 자신을 소개하고 악수를 나눈 뒤 자리로 되돌아갔다.

1분도 걸리지 않은 시간이었다.

두번째 접근은 만반의 준비를 한채 이뤄졌다.

천 총통은 다시 통역과 소형 디지털 카메라를 든 수행원을 대동한채 로라 여사에게 접근, 잠시 대화를 나누고 좌석으로 돌아갔다.

총통부 리난양 대변인은 천 총통이 로라 여사를 대만에 초청했다고 전하며 "천 총통이 악수를 하기 위해 로라 여사에게 건너가 부시 대통령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한 수행원은 이에 대해 "계획된 조우"라며 대만의 외교적 성과라고 말했다.

천 총통은 미국 정부로부터 미국 본토가 아닌 알래스카를 경유지로 제시받으며 수모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귀국길에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하길 요청하고 있다.

천 총통은 미국이 이를 허용치 않을 경우 귀국길에도 알래스카 경유 노선을 거부하고 도미니카공화국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를 거칠 방침이라고 황즈팡(黃志芳) 외교부장이 밝혔다.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