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경 < SKC&C 사장 president@skcc.com >

얼마 전 해외출장 길에 옆에 앉은 미국인이 기내식으로 비빔밥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우리 음식도 중국,일본음식처럼 세계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종 야채와 나물,고기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버무린 매콤하고 고소한 냄새야 우리로서는 못 잊을 맛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한국 젊은이들이 즐기는 음악은 템포가 워낙 빨라 가사도 제대로 안 들어오고 우리 음악인지 서양이나 아프리카 음악인지 헷갈린다.

그런데 이 국적불명인 듯한 신세대 대중음악이 세계를 휘몰아치고 있다.

이제 한류는 'Hallyu'로 국제어가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어우러져 새로운 맛을 내는 비빔밥과 우리 문화 위에 외국의 음악이 녹아든 신세대 음악은 디지털 컨버전스(융합)의 훌륭한 모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실생활에 컨버전스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IT기술은 지금까지 존재하는 거의 모든 기술과 잘 화합하고 촉매 역할도 한다.

이미 자동차 제조 원가의 40% 가까이가 IT부품이라고 한다.

인터넷과 전화가 만나면 인터넷전화,게임과 만나면 온라인게임이 된다.

PMP에 녹음기와 비디오레코딩 기능이 있고,로봇이 청소를 하고 머지 않아 따로 사시는 부모님 수발을 들 것이다.

디지털 컨버전스 상품과 서비스는 한국의 IT지도를 하루가 다르게 바꾸며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비빔밥의 맛이 각각의 재료가 어우러져 새로운 맛을 내는 것이라면 디지털 컨버전스의 맛은 복잡하고 다양하게 결합된 기능에 다양한 생각이나 가치관을 불어넣어 서비스할 수 있는 콘텐츠에서 나올 것이다.

다양한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남의 나라 문화를 쉽게 이해하는 우리에게 컨버전스 사업은 제격인 것 같다.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스토리를 재밌게 만들고,세계 제일의 교육열은 시나리오를 논리적으로 탄탄하게 만들고,젓가락 사용으로 예리해진 손맛으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며칠 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를 움직이는 위대한 100인 중에는 가수 비와 위성미 선수,김용 교수가 선정된 것도 뿌리 깊은 문화적 기반 위에 우리가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중요한 점은 이제 불기 시작한 한국발 디지털 문화부흥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 고추장처럼 맵지만 자꾸 찾게 되는 콘텐츠 개발을 서두르는 일일 것이다.

정부는 개방과 경쟁이 자유로운 제도 개선을,기업은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를,교육계는 디지털 컨버전스에 맞는 개성있고 특화된 인재를 길러내는데 힘을 모으자.

중국의 공연장에서,영국의 학술지에서,뉴욕의 백화점에서,애리조나의 필드에서 벌어지는 디지털 한류의 열광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