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강철 멘털이 된 '쫄보'
유소연 프로골퍼
2009년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9차 연장전 끝에 우승한 적이 있다. 그때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는지, 나는 멘털이 강한 선수로 알려졌다. 한일전이나 국가대항전 같은 단체전을 할 때 동료 선수들은 내가 멘털이 강하다며 마무리 짓는 자리를 자주 맡겼다. 실상은 ‘쫄보’에 가까운데 말이다. 세 살 아래 내 동생은 늘 “도대체 언니는 그런 쫄보 멘털로 어떻게 골프를 치는지 신기하다”고 이야기한다.
2017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몇 주 동안 지키다가 내려온 적이 있었다. 1위 자리를 내준 후 ‘나는 실패한 선수인 것 같다’는 생각을 꽤 오래 했다. 그런 어두운 마음 때문이었는지 딱히 성적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우승으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하루는 레슨을 받으러 갔더니 코치가 대화를 좀 하자고 했다. 코치는 내 경기 기록과 함께 훈련할 때 퍼포먼스를 보면 내가 우승을 못 하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더니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를 수 있어?”라고 물었다. “굳이 하고 싶지 않은데?”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럼 노래하기보다 더 싫은 거 있어?”라고 다시 묻기에 “놀이동산에 가서 무서운 기구를 타는 게 더 싫다”고 답했다. 그는 무릎을 탁 치더니 텍사스에 있는 놀이공원인 식스플래그에 가서 무서운 기구를 타고 인증샷을 찍어오라고 했다. 지금 두려운 것을 이겨내 봐야 코스에서 두려운 순간이 왔을 때 이겨내는 힘이 생긴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마침 놀러 오기로 한 동생과 함께 식스플래그에 갔다. 지금은 이름도 생각 안 나는 어떤 놀이기구를 탄 다음 나는 종일 토하고 컨디션 난조로 드러누웠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다음 대회인 마이어 클래식에서 나는 우승했다.
어쩌면 강한 멘털을 이루는 가장 큰 부분은 어떤 상황도 나는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일지도 모른다. 건강한 마음 자세가 모여서 자신감으로 성장하는 건 확실해 보인다. 나는 선수 시절 실수를 극도로 두려워했다. 만약 그때의 내가 ‘실수하는 모습도 괜찮다’고 나 자신을 토닥여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더 자신감 있게 위기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