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오는 7월까지 완료되는 현대상선의유상 증자를 통해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의도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5일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측이 우호적인 투자목적으로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했다고 주장하지만 유상증자를 위한 신주 배정 기준일인 오는 19일에 주주 명부를 폐쇄하고 세부 지분율을 파악해보면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는 지분 5% 이하 매입일 경우 공시 의무가 없어 특수 관계인을 빼고는 누가 얼마 정도의 현대상선 지분을 갖고 있는지 알기 힘들다"면서 "주주 명부 폐쇄를 통해 소액 주주까지 들여다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의도가 밝혀지게된다"고 주장했다.

즉 유상증자를 위해 주주명부를 폐쇄하면 지분 5% 이하의 현대상선 주주들이 모두 파악돼, 현대중공업그룹이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등을 통해 추가 지분을 매입했는지 또는 범현대가와 사전 논의가 있었는지도 알 수 있게된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측은 최근 성우그룹이 현대상선 지분 0.6%를 매입한 것과 관련해 "공시 사항이 아닌데 어떤 경로로 이런 일이 알려졌는지 모르겠지만 향후 주주 명부를 폐쇄해 모든 지분율을 알더라도 결코 공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주주 명부를 통해 향후 현대중공업과 맞붙게될지도 모르는 경영권 분쟁에서 해당 주주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등 다양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오는 18일부터 우리사주 청약을 받고 6월 14일과 15일에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신주 청약을 받은 뒤 6월 19일 이사회에서 실권주를 제3자에 배정하는 절차를 통해 7월 4일에 3천만주 증자를 완료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측은 "우리는 현대중공업이 경영권 행사 의도가 없다면 증자에 참여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만일 현대중공업이 증자에 참여한다면 내달 14일과 15일에 청약을 통해 의사 표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그룹은 정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지만 주주 이익 극대화 차원에서라도 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우리는 주주 이익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며 아직까지 현대상선 증자 참여와 관련해 정해진 바 없다"면서 "참여 여부는 향후 이사회를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성우그룹의 현대상선 지분 참여 배경은 우리도 알지 못한다"면서 "현대그룹이 의심하는 계열사 현대미포조선은 현대 상선 지분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