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현상과 보행장애 증상이 나타나는 파키슨씨병의 핵심 발병원인 유전자의 기능과 상호작용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완전 규명돼 파킨슨씨병 치료에 돌파구가 마련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종경(43)교수 연구팀은 바이오벤처업체 ㈜제넥셀 및 충남대 의대와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파킨슨씨병이 도파민 뇌신경 세포와 근육세포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저하될 때 유발되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치매에 이어 2번째로 많은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씨병의 치료 및 진단시약 개발을 크게 앞당기게 됐으며, 나아가 1조원 규모의 세계시장 진출이 가능하게 됐다.

파킨슨씨병은 65세 이상 노인 100명당 1명, 85세 이상은 4∼5명꼴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지금까지 단기적 증상완화를 위한 치료제만 개발된 데다 부작용마저 나타나는 등 적잖은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정 교수팀은 지난해 7월 파킨슨씨병의 핵심 유전자로 알려진 `파킨(Parkin)'의 기능을 규명한 데 이어 `핑크1(Pink1)'으로 불리는 유전자의 기능과 이들 유전자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끝에 파킨스씨병의 발병원인을 완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이들 유전자가 파괴되면 세포내 에너지원인 미토콘드리아가 변형 또는 파괴되고, 이로 인해 파킨슨씨병이 발생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가 변형, 파괴되면 `JNK'로 불리는 효소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돼 세포가 사멸하게 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특히 `파킨'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과발현할 경우 `핑크1`이 부서져 발생하는 모든 파킨슨씨병 관련증상을 정상에 가깝에 되돌리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이들 유전자의 상호작용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파킨슨씨병을 유발하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중 유전적 부문에 대한 것이지만 정 교수팀은 "유전적 요인의 파킨슨씨병을 연구하면 모든 파킨슨씨병의 병리현상을 규명하고 궁극적으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초파리 질병모델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개체(Organism) 수준으로 진행된 것이어서 독보적이고 신뢰도가 높다고 정 교수팀은 설명했다.

정 교수는 "향후 후속연구를 통해 효과적인 파킨스씨병 치료제 개발을 크게 앞당길 수 있다"며 "이미 치료제 개발에 상당한 성과를 거둬 1년안에 세계시장을 주도할 획기적인 개념의 파킨슨씨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근호(5월4일자) 인터넷판에 게재됐으며, 연구성과는 제넥셀에서 특허를 출원했다.

◇용어설명

▲도파민성 신경세포 =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만들고 분비하는 신경세포를 말한다.

이 신경세포가 죽거나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파킨슨씨병이 유발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 세포의 필수 구성요소중 하나로 세포가 필요한 에너지(ATP) 생산을 담당한다.

▲JNK = 다양한 세포 스트레스(높은 열과 활성 산소, 세포 구성성분 손상 등)로 인해 활성화돼 세포사멸을 일으키는 단백질. JNK의 기능은 세포사멸을 비롯해 다양한 발생과정과도 연관돼 있다.

▲초파리 질병모델 라이브러리 = 인간의 질병을 유발하는 여러 유전자들은 초파리에 70% 이상 보존돼 있으며, 이들 질병 유전자 각각을 조작한 초파리 라인 전체를 `초파리 질병모델 라이브러리'라고 부른다.

특히 초파리의 한 세대가 2주에 불과해 다양한 유전학 방법으로 각각의 인간 질병 유전자를 보유한 초파리를 활용, 해당 인간 질병을 손쉽게 연구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권용 기자 kk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