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술집 출입 금지, 골프 자제, 국내 출장시 항공편 대신 고속철 이용, 3시간 이내 항공 이동시 이코노미석 이용, LCD 수출도 비행기 보다는 배편으로...

대기업들이 상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며 '소금 경영'에 올인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은 고유가, 환율급락, 원자재 값 상승 등 삼각 파도를 헤쳐나가기 위해 갖가지 알뜰 실천방안을 마련, 일상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근 대외환경 악화에 별도 대응은 하지 않고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 안착한 상시 비상체제에 따라 고급유흥업소 출입, 협력업체와의 골프 등을 자제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특히 "아웃소싱, 분사, 에너지 절감 등 모든 부문의 비용을 줄이는 노력은 항상 해왔기에 새삼스레 추가할 것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상황이 악화될 경우 계열사별로 비상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경영전략추진실을 신설,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한 현대차그룹은 원.달러환율이 평균 70원 떨어지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천980억, 5천529억원씩 줄어들 것으로 보고 비용절감 차원에서 임직원 골프 자제, 국내 출장시 항공편 대신 고속철이나 버스 이용, 공장 한등 끄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임원회의에서 올해 원가절감 목표를 당초 5천100억원에서 8천9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경영진과 직원간 협의체인 노경협의회 차원에서 낭비를 유발하는 각종 제도.관행 개선, 피복.세탁비 절감 등을 내용으로 하는 '노사공동 경쟁력 증진 4대 실천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포항제철소 도금공장 직원들은 사무비품을 한곳에 모아뒀다가 그날그날 필요한 것을 가져다 쓰고 퇴근할 때 반납하는 제도를 통해 소모비품 사용량을 종전의 60% 수준으로 줄였다.

포스코는 또 포철 LNG발전소에 사용할 LNG 구입 비용 52억원을 줄였고, 올해 이를 포함한 900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키로 했다.

특히 LG필립스LCD는 지난달부터 유럽행(行) LCD제품 절반을 해상이나 해상과 항공을 연계한 복합운송을 통해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는 해상운송이 항공운송 비용보다 30배 가량 낮기 때문으로, 유럽행 제품 90%를 항공편에 맡겼던 지난 2월까지의 상황과 비교하면 획기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LG필립스는 나아가 원가절감위원회를 설치, 현재 120가지의 경비절감 활동도 벌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올해 1천240억원의 비용을 줄인다는 복안이다.

LG전자도 해외출장 경비를 줄이기 위해 화상회의를 활성화하는 한편 사내전화시 전용선 사용 등을 직원들에게 집중 권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부터 근무가 없거나 드문 시간대인 정오와 오후 9시 각각 사무실 전등이 아예 자동으로 꺼지도록 시스템화했다.

삼성토탈은 원재료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동에 집중된 나프타 구매선을 러시아, 유럽 등으로 다변화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비용 5% 절감운동에 돌입한 대우조선해양은 남상태 사장까지도 비행시간 3시간 미만인 경우 이코노미 클라스를 이용하는 등 전사적으로 불필요한 지출 삭감을 통해 '짠물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환경 악화로 수익경영이 어려운 만큼 다양한 비용절감 방안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비용절감은 곁가지로 볼 수있는 만큼 비상상황에 대한 회사 공동체의 폭넓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신뢰경영, 노사 합심 등을 매개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