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9일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국회 파행사태와 관련, "여당이 양보하면서 국정을 포괄적으로 책임지는 행보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우리당 김한길,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와 조찬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여야가 국정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이 문제를 풀어줬으면 좋겠다"며 이 같이 말한 것으로 정태호(鄭泰浩)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현재 국회 파행의 원인이 되고 있는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와 관련해 사실상 '여당의 양보'를 당부한 것으로 풀이돼 교착상태에 놓인 사학법 재개정 협상에 극적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또 "국회 구조상 다수결만으로는 국정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제, "합의가 중요하며 따라서 핵심은 협상"이라면서 "국정운영은 여야 뿐만 아니라 여당과 정부 사이에서 서로 주고받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진수희(陳壽姬)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국회 브리핑에서 "큰 틀에서 정국을 운영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에 공감하며, 대통령의 입장을 존중하고 협조하겠다"며 "국정을 책임지고 풀어나가려는 대통령의 뜻을 잘 헤아려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리당 노웅래(盧雄來)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도 브리핑을 갖고 "대통령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서 당의 입장을 모을 것"이라며 "그 이후 여야간에 국회 정상화와 국정운영 해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당은 이날 오전 정동영(鄭東泳) 의장 주재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날 저녁 상임위원장과 교육위원들이 참여하는 긴급 원내대책회의와 비상 의원총회를 갖고 당내 의견을 전반적으로 수렴, 당론 채택 절차를 밟기로 했다.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이날 오전 잠실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당은 그동안 정체성과 존재이유와 관련해 사학법의 양보할 수 없는 개혁성을 주장했고 그것은 옳았다"며 "그러나 동시에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고민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제 공은 우리당에 돌아온 만큼 오늘중 입장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당 내에서는 노 대통령의 `여당의 양보' 언급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반발하는 기류가 나오고 있어 당론 수렴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과 당내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위 소속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덕담 수준일 것으로 보고 더이상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싶다"며 "대통령의 의지와 무관하게 개방형 이사제를 손대는 순간에 사학법은 폐기"라고 밝혔다.

구논회(具論會) 의원은 "양보할 수 있는게 있고 양보할 수 없는게 있는데, 개방형 이사제의 골간에 흠집내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고, 정청래(鄭淸來) 의원은 "사학법은 반획반점도 고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다음달 1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갖고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포함한 쟁점법안 처리방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여당과 사학법 재개정 협상이 원만히 타결될 경우 비정규직 입법과 3.30 부동산대책 등 주요 쟁점법안의 일괄처리를 위해 다음달 3,4일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심인성 김범현 기자 rhd@yna.co.krsims@yna.co.kr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