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팬들이 제 목소리에 '아마이(あまい:달콤하다)'라고 하더군요."

작년 10월. 포지션(본명 임재욱ㆍ31)은 가수 K가 산다는 일본 도쿄 에비스역 인근 맨션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보보스(Bobos)족처럼 살고자 일본행을 택했다고 생각하면 오산. 19일 일본서 첫 미니음반 '포지션(POSITION)'을 낸 그는 1996년 '후회없는 사랑'으로 데뷔한 지 10년 만에 낯선 땅에서 신인으로 섰다.

"반갑다"며 현해탄을 건너 전화 너머로 들려온 포지션의 목소리는 밝고 건강했다.

그는 데뷔 음반 발표일, 도쿄 시부야 듀오뮤직익스체인지에서 350여 관객을 초청해 쇼케이스를 치렀다.

전화 통화 전 '10년 만에 일본으로 건너간 까닭'이 궁금했지만 포지션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일본과의 인연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그는 일본 대중음악을 한국에 소개하는 데 한몫한 장본인. 히트 넘버 중엔 유독 J-POP 리메이크곡이 많다.

1999년 일본가수 하마다 쇼고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4집 타이틀곡 '블루데이'를 시작으로 '아이 러브 유'(원곡 가수:오자키 유타카), '재회' '굿바이'(그룹 안전지대), '투 파 어웨이'(다니무라 신지) 등을 발표, 포지션을 통해 J-POP의 세계로 인도됐다는 음악 팬들도 다수.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가 아시아권에서 한류란 이름 하에 인기지만 이 흐름에 편승한 게 아니에요.

2001년 '아이 러브 유' 등 일본 히트 가요를 리메이크한 스페셜 음반을 내면서 물밑 작업을 해왔지요.

크라운레코드가 음반 유통, 나카시마 미카가 소속된 드라이브뮤직이 매니지먼트, 일본 내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일화가 음반 제작에 투자하기로 손잡으며 지금에서야 구체화됐습니다."

작년 10월 리메이크 음반을 낸 직후 일본으로 건너가 국내 공백기는 2003년 음반 '온 더 로드(On The Road)' 이후 3년. 음반시장 불황으로 열심히 노력한 대가가 없다는 회의와 외로움에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미련을 떨치고 일본으로 건너와 새 출발을 하자 안정을 되찾았다.

그는 지금 한단계 한단계씩 밟겠다는 생각뿐이다.

보아, 비, 세븐 등 일본서 활동중인 신세대 스타처럼 단번에 폭발적인 반응은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성적을 거둔 후배들을 자랑스러워하며 열심히 하자고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쇼케이스 땐 350명 앞에서 노래했어요.

차츰 1천명, 2천명 관객 수를 늘려갈 겁니다.

일본 팬 사이트 조회 수도 처음 1천건에서 이제 1만건입니다.

인터뷰 요청 언론도 처음 3~4개였는데 7~8개로 늘었습니다.

천천히 데워져 온기가 오래가는 뚝배기 같은 가수로 다가가려구요.

녹록지 않지만 신인인 만큼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해야죠."

6개월새 일본어 실력도 부쩍 늘었지만 아직 일본인의 정서를 파악할 실력은 못된다.

"가창력이 대단하다"는 칭찬은 듣지만 아직 그들의 속마음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하지만 쇼케이스 때 그의 노래에 조용히 눈물 흘리는 팬을 보고서 진심을 깨닫는 법을 알게 됐다고.
일단 포지션에 대한 현지 음반업계의 호감도는 높다.

6곡이 담긴 데뷔 미니 음반에도 안전지대의 노래를 작곡한 마쓰이 고로, 박정현의 일본어 싱글에 참여한 요시모토 유미, 일본 애니메이션 '러브히나' O.S.T로 유명한 시게자네 도루 등 히트 작곡-작사가들이 참여했다.

세 곡의 신곡과 '아이 러브 유' '추억' 등 국내서 선보였던 일본곡 리메이크를 일본어로 불러 수록했다.

이밖에도 안전지대 보컬 다마키 고지는 "내가 쓴 곡을 언젠가 불러달라"며 노래를 선물하겠다고, 일본의 한 유명 래퍼는 그에게 발라드와 힙합을 접목한 듀엣을 하자고 제의했다.

"일본 그룹 튤립 출신 보컬인 자이쓰 가즈오 씨가 슬픈 발라드곡을 주셔서 9월에 발매될 새 싱글에 넣을 계획입니다.

또 일본선 공연 위주로 활동할 겁니다.

6월(장소 미정), 8월 오사카 데이코쿠 호텔, 12월 도쿄 데이코쿠 호텔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습니다."

2년간은 눈 딱 감고 일본에서만 활동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한국 팬들을 저버리는 건 결코 아니다.

포지션은 "내 최종 목표는 변함없이 사랑해준 한국 팬들 앞에서 다시 노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에 대한 애틋함만은 항상 제자리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