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담의여파로 국제금융시장이 충격파를 받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2003년 두바이 G7 회담 직후처럼 지금도 글로벌 달러화 약세가 심화되고 있어 환율 하락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가 급등세를 보이며 정유사를 중심으로 한 결제수요가 유입되고 있어 반등을 꾀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일부 제기되고 있다.

◇ 환율 또 급락..940원대도 붕괴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42.2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지난 주말보다 11원 이상 떨어진 937.00원까지 폭락한 뒤 940원 부근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날 저점은 마감가 기준으로 지난 1997년 10월24일 기록한 929.50원 이후 최저수준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지난 주말 엔.달러 환율이 2엔 가까이 떨어지며 원.달러 급락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달러는 지난 22일 오전(한국시각)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이 워싱턴 정례회담 후 발표한 성명에 "세계 경제의 불균형 시정을 위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환율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포함시키자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주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위안화 추가절상 요구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추가 절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여기에 스웨덴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내 달러 비중 축소와 외환보유액 규모 세계 5위국인 러시아 재무장관의 달러 보유에 대한 부정적 발언 등이 달러 매도세를 자극했다.

◇ 두바이 회담 재판..연내 910원대 하락

위안화 절상과 미국의 금리인상 종결 가능성 등 중장기 달러약세 요인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 환율 하락세가 수개월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 워싱턴 G7 재무회담이 지난 2003년 9월 두바이 G7 회담 때와 같은 위력을 보일 수 있어 연내 900원대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3년 9월20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G7 재무회담의 성명서에 처음으로 `유연한 환율제도'라는 표현이 삽입되자 이틀 후 원.달러 환율은 전주말보다 20원 가까이 폭락하며 1천150원대로 떨어졌다.

이후 원.달러 환율은 정부 개입으로 엔.달러 급락세를 무시한 채 오름세를 보였으나, 정부가 대규모 빚만 진 채 백기를 들자 2004년 11월 1천100원 아래로 떨어지며 장기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우리선물 전성웅 연구원은 "8년 반전 저점 외에는 마땅한 지지선을 찾기 어렵다"며 "미 금리정책 변경 가능성도 있어 두바이 G7회담 이후처럼 달러 약세가 대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신경제연구소 박정우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최소한 올해 3분기까지는 확장국면을 지속할 수 있고, 5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금리인상 기조의 종결을 선언할 수 있어 엔.달러 환율은 115엔을 밑돌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은 2분기 말 늦어도 3분기 초에 915원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급등세 주시

그러나 최근 유가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어 추가적인 환율 급락세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지난 주말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75달러를 돌파하며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환위험 헤지에 소극적인 정유사의 달러 결제 증가를 이끌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위축시키며 수출을 감소시킬 수도 있는 요인이다.

하나금융연구원 김재홍 수석연구원은 "환율 하락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며 920~930원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당국 개입 가능성과 해외로의 자금 이탈 요인도 있어 급락은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자본 대외유출 정책이 실효를 거두는 내년 중반쯤이면 환율이 본격적인 오름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율이 수출 둔화와 자본 유입 위축으로 연내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까르푸 매각 자금 등도 환율 급락세를 막을 달러 수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KB선물 오정석 팀장은 "지금이 환율 방향성 설정에 고비로 보이나, 연말로 가면 오름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며 "단기간에 920원 정도로 밀릴 경우 수출을 둔화시키며 고유가에 따른 수입규모 증가와 맞물리며 국제수지 적자 전환과 환율 오름세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