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위아 등의 채무 탕감에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들이 개입한 상당한 단서를 잡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도 법원이 "소명이 불충분하다"며 기각한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대검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18일 "그 이상 어떻게 정황증거를 대라는 것이냐"라며 난감해했다.

검찰 관계자도 "앞으로 현대차 관계자들의 입을 열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검찰 수사가 뛰어넘기 힘든 벽에 부닥쳤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이날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부자에 대한 '소환 준비'를 언급한 대목이나 정 회장의 최측근인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을 소환조사한 것도 검찰의 이런 속사정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 최고 경영진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는 의미다.

채 기획관은 또 "이번 영장 기각으로 현찰이 왔다갔다 한 로비사건에 대한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김재록씨의 정·관·금융계 로비의혹에서 비롯됐다.

때문에 현대차 관계자를 형사처벌하는 선에서 이번 사건이 마무리될 경우 일각에서 제기해온 '표적수사'논란도 다시 불거질 수 있어 검찰로선 이래저래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