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걱정스런 검찰 수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병을 들어서 마시면 되잖아,바보야."
아들 녀석 방에서 큰 목소리가 들렸다. 이솝우화를 읽다가 두루미와 여우가 서로 자기 집에 초대해 놓고선 상대방을 먹지 못하게 한 장면에 이르자 분통이 터져 두 동물에게 호통을 쳤다는 것이다.
"여우는 호리병을 들고 마시면 되고,두루미는 접시를 기울이면 될텐데 둘 다 머리가 나쁜가봐.아빠!"
그러잖아도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더니 제 딴에는 뭔가 자랑하고 싶은 걸 발견이나 했다는 듯 기세가 등등했다.
고개를 갸웃하다가 아들 녀석과 삼성 현대차 등 국내 유수한 그룹들을 혼내고 있는 검찰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현재 대검 중수부의 분위기는 세상의 모든 비리와 의혹을 다 파헤칠 태세다. 더이상 권력의 눈치를 보던 검찰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양 서슬퍼런 칼날을 휘둘러대고 있다. 문제는 자칫 과속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는 점이다.
중수부의 '입' 역할을 하고 있는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수사는 생물과 같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김재록씨 로비의혹에서 비롯된 검찰 수사가 현대차 비자금으로,또다시 공적자금 수사로 끝간데없이 가지치기를 해나가고 있는 데 대한 변명이다.
하지만 최근 불길한(?)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채 기획관은 로비스트들을 조사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칭찬을 빼놓지 않는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확장을 도운 혐의로 구속된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 김동훈씨에 대해선 '정말 엘리트다'라며 극존칭의 표현까지 썼다. 그러면서 종래 김씨에 대한 혐의에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검찰의 판단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계열인 ㈜위아로 인해 공적자금이 낭비됐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당시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고 자금회수율도 높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 중인 수사는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일까. 행여 두루미와 여우를 꾸짖는 아들녀석처럼 자신들만의 잣대를 들이대는 우(愚)를 범하지 않을까 하는 기우에서 하는 말이다.
김병일 사회부 기자 kbi@hankyung.com
아들 녀석 방에서 큰 목소리가 들렸다. 이솝우화를 읽다가 두루미와 여우가 서로 자기 집에 초대해 놓고선 상대방을 먹지 못하게 한 장면에 이르자 분통이 터져 두 동물에게 호통을 쳤다는 것이다.
"여우는 호리병을 들고 마시면 되고,두루미는 접시를 기울이면 될텐데 둘 다 머리가 나쁜가봐.아빠!"
그러잖아도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더니 제 딴에는 뭔가 자랑하고 싶은 걸 발견이나 했다는 듯 기세가 등등했다.
고개를 갸웃하다가 아들 녀석과 삼성 현대차 등 국내 유수한 그룹들을 혼내고 있는 검찰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현재 대검 중수부의 분위기는 세상의 모든 비리와 의혹을 다 파헤칠 태세다. 더이상 권력의 눈치를 보던 검찰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양 서슬퍼런 칼날을 휘둘러대고 있다. 문제는 자칫 과속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는 점이다.
중수부의 '입' 역할을 하고 있는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수사는 생물과 같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김재록씨 로비의혹에서 비롯된 검찰 수사가 현대차 비자금으로,또다시 공적자금 수사로 끝간데없이 가지치기를 해나가고 있는 데 대한 변명이다.
하지만 최근 불길한(?)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채 기획관은 로비스트들을 조사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칭찬을 빼놓지 않는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확장을 도운 혐의로 구속된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 김동훈씨에 대해선 '정말 엘리트다'라며 극존칭의 표현까지 썼다. 그러면서 종래 김씨에 대한 혐의에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검찰의 판단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계열인 ㈜위아로 인해 공적자금이 낭비됐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당시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고 자금회수율도 높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 중인 수사는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일까. 행여 두루미와 여우를 꾸짖는 아들녀석처럼 자신들만의 잣대를 들이대는 우(愚)를 범하지 않을까 하는 기우에서 하는 말이다.
김병일 사회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