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여당 내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국회법에 따라 현 의장의 임기만료 5일 전인 내달 24일까지 선출토록 돼 있는 새 의장을 놓고 고려대 선후배 사이인 김덕규 국회부의장과 임채정 의원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모두 1941년생으로 국회의원 선수는 김 부의장이 5선으로 4선의 임 의원보다 많고 학번은 오히려 임 의원이 1년 빠르다.

두 사람은 정반대의 순리론으로 맞서 있다.

김 부의장측은 "특정 계파나 여야를 두루 아우를 수 있는 품성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선수가 높은 사람이 의장이 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부의장이 승계하는 게 관례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정치적 격변이 없었던 때는 부의장이 의장을 승계했다"면서 11대 채문식 의장과 14대 황낙주 의장을 예로 들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 의원측은 "대선을 앞두고 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강력한 리더십과 균형감을 갖춘 인물이 후반기 의장을 맡아야 한다"면서 "당이 필요할 때 '구원투수'를 마다하지 않은 임 의원이 적격"이라는 논리를 편다.

'다선이 의장직을 맡는 게 관례'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다선 독점주의"라고 반박한다.

두 사람은 타협이 안 될 경우 표대결도 불사할 태세다.

의원모임에 빠짐없이 얼굴을 내미는 것도 이런 연유다.

이런 가운데 김원기 현 의장도 내심 연임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에는 참여하지 않되 추대 분위기가 조성되면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