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4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출국을 금지한 데 이어 현대차그룹 관련 5개 회사를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가 급진전됨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주요 부품 계열사 인수과정과 현황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업체는 현대차그룹의 주요 부품 계열사 인수와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한 자금 마련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향후 검찰의 수사가 그룹 최고위층까지 확대, 본격화될 전망이다. ◇ 주요 부품 계열사 인수 과정과 현황 5일 현대차그룹 등에 따르면 그룹이 인수한 옛 기아차 계열의 주요 부품회사는 위아와 본텍, 카스코 등이 있다. 위아는 1976년 설립된 변속기 등 자동차 부품과 각종 기계 생산업체로, 1996년 기아중공업으로 사명을 바꿨으며, 1999년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면서 합병됐다. 그러나 현대차는 1999년 10월 위아의 지분 76.33%를 주당 1원에 특수관계사인 한국프랜지공업과 이번에 압수수색을 받은 윈앤윈21에 매각했고 윈앤윈21의 지분은 역시 압수수색 대상인 큐캐피탈홀딩스에 넘어갔다. 위아는 이어 2000년 현재 사명으로 바꿨으며, 이듬해 말 현대차와 기아차가 지분 694만주(90.6%)를 큐캐피탈홀딩스(46.6%)와 한국프랜지(44.0%)로부터 주당 100원씩 7억원에 매입, 다시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됐다. 이 때 위아가 50.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코리아정공도 현대차그룹 계열사로함께 편입됐다. 위아는 현재 현대차가 39.46%, 기아차가 39.33%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2조5천여억원, 영업이익 1천13억원, 순이익 629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위아는 지난해말 현재 다이모스 5.12%와 해비치리조트 25%, 아이아 100% 등 그룹의 다른 계열사 지분도 갖고 있다. 카스코도 위아와 마찬가지로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때 한국프랜지공업에 매각됐다 다시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부품업체다. 1946년 부산에서 동우정기라는 사명으로 설립돼 1973년 기아차에 편입됐으며, 1989년 기아정기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1999년 10월 58억원에 한국프랜지공업에 넘겨져 이듬해 카스코로 이름을 바꿔 운영돼 오다 지난해 6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지분 38.3%를 257억원에 매입, 계열사로 편입했다. 디스크 브레이크와 파워스티어링 오일펌프, 프로펠러샤프트 등 자동차 제동 및 조향, 구동장치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브레이크 생산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모듈 사업과 핵심부품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현대모비스의 카스코 인수 이유였다. 지난해 매출 2천798억원, 영업손실 14억원, 순손실 5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장부품 업체인 본텍은 1993년 설립된 기아전기가 전신으로, 2000년 본텍으로 사명을 바꿨다. 2001년말 기아차가 39%의 지분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정의선 사장이 지분 30%를 액면가인 주당 5천원씩 15억원에 매입했으며, 이듬해 4월 현대차그룹에 편입됐다. 정 사장은 그러나 작년 9월 본텍의 지분 30%(60만주)를 지멘스에 주당 9만5천원에 매각한 데 이어 11월에는 현대캐피탈의 기아차 보유 주식 4.95%(1천719만주) 가운데 일부인 340만4천500주(0.98%)를 매입, 보유 지분은 1.01%에서 1.99%로 늘렸다. 본텍은 이어 현대차와 지멘스가 작년 7월 인수한 현대오토넷에 지난 2월 인수합병됐다. 당시 본텍의 평가액은 주당 23만3천553원(액면가 5천원), 현대오토넷의 평가액 은 8천984원(액면가 500원)으로 합병 비율은 본텍 1주에 현대오토넷 2.599주였다. ◇ 인수과정에 의혹 없나 현대.기아차의 위아 지분 인수 당시 600억원 이상 순이익을 낸 회사를 거의 '헐값'에 사들인 데 대해 편법 인수합병 의혹이 일었었다. 그러나 인수 이듬해인 200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분 인수에 대해 기업결합심사를 벌였지만 5년간 현대차그룹 계열사 임직원의 위아 자회사 코 리아정공 임직원 겸임 금지 등의 조건부로 승인을 했다. 또 국세청은 당시 현대차의 위아 인수 가격에 대한 탈루혐의 조사 여부와 관련, "전혀 사실이 아니며 관련 자료를 수집해 탈루여부를 검토한 바도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카스코도 현대차가 한국프랜지공업에 매각, 당시 주주명부상 최대주주는 한국프랜지였지만 경영권은 현대자동차그룹이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텍의 경우에는 현대모비스가 2002년 합병을 추진했으나 당시 정의선 사장이 지분을 갖고 있는 데 따른 경영권 승계 의혹 등 부정적인 여론이 작용하면서 결국 포기했다. 이번 검찰의 수사에서는 현대차가 구조조정회사를 통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갖고 있던 이들 회사의 부실 채권을 싼 값에 매입한 뒤 이를 다시 인수.합병하는 방법으로 '헐값'에 알짜 부품 계열사들을 사들였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검찰은 이들 업체의 매각이나 인수.합병 과정에서 불법이나 탈법이 있고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한 자금이 마련됐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현대차그룹 최고위층을 대상으로 한 경영권 승계 비리 의혹 조사 등으로도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aup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