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경찰에 적발된 인터넷 가입자 개인정보 대량 불법유통 사건은 세계 1위의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가 개인정보 보호에는 얼마나 허술한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제한된 시장에서 신규고객 창출을 위한 업체간 과당경쟁이 근본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허술한 고객정보 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입자 정보관리 `뒷전' 771만건의 불법유통 개인정보 가운데 145만건을 제공한 송모(29.구속영장)씨. 송씨는 국내 4대 인터넷 서비스업체 가운데 한 회사의 전산망 접속권을 가진 텔레마케팅회사 대표다. 송씨는 지난 2004년 말 자신의 아이디로 전산망에 접속, 가입자 이모씨 등 60만명의 개인정보를 내려받은뒤 보관해오다 지난해 10월초순 인터넷을 통해 만난 같은 텔레마케팅업자 김모(27.구속영장)에게 172만원을 받고 고객정보를 넘겨줬다. 여기에는 고객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집전화번호, 아이디 등 신상정보가 담겨있다. 송씨가 인터넷 회사의 직원은 아니더라도 회사측이 전산망 접근권을 준 것으로 봐서는 회사와 밀접한 업무 관련성을 맺고 있는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선 인터넷 이용자의 경우 회사를 믿고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인데 가입자의 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된 것에 대해 회사측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불법유통 정보는 `1가구 1 인터넷' 시대라는 표현대로 인터넷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국내 4대 인터넷 서비스업체의 가입자 정보가 망라돼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충격이 크다. ◇업체간 과당경쟁이 원인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수사관련 내용을 통보할 계획이다. 이는 인터넷 가입자 정보의 불법유통 배경에는 업체간 과열경쟁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형섭 사이버수사대장은 "신규 시장참여 업체의 경우 시장참여 초기에는 고객창출을 위해 기존 업체의 고객들을 유치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런 과정에서 일부 불법적인 정보유통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에 유출된 정보를 구매한 측도 신규 시장에 진출한 한 회사와 관련된텔레마케팅 관계자들이 대부분인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혹시 내 정보도"..무차별 유통 개인정보가 인터넷 공간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거래되면서 거래단가도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사이버수사대장은 "지난해 50만건 정도가 수백만원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단가가 크게 떨어져 건당 1원정도에 거래가 이뤄진다"면서 "그만큼 불법정보가 세상에 많이 떠돌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개인정보 유출사범 26명을 적발, 7명을 구속하고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인터넷 회사뿐 아니라 홈쇼핑, 광고대행사 등 정보유출 소스는 다양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각종 인터넷 관련 가입시 이름 등 최소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류성무 기자 tjd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