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0시 36분께 제주도 전역에 정전이 발생한 가운데 제주시 연동 일우연립에서는 고춘자(67.여)씨와 손녀 신나라(3)양이 엘리베이터에 갇혔다가 44분만에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고씨는 "불이 꺼지고 엘리베이터가 멈춘 뒤 엘리베이터가 밑으로 떨어질까봐 겁이났다"며 "마침 갖고 있던 핸드폰으로 신고했는데 순서대로 구조를 해야된다고 해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서귀포시 법환동 성문화박물관에서 관람객 2명이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등 자가발전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아파트와 식당 등에서 모두 12건의 엘리베이터 사고가 발생하면서 119상황실에는 구조요청이 빗발쳤다. 특히 제주국제공항에도 정전이 발생했으나 자가발전 시스템이 뒤늦게 가동되면서 공항 상주기관 및 업체 직원들은 물론 이용객들이 암흑속에서 9분여를 지내야 했다. 이에 따라 항공사의 예약시스템이 모두 다운되고 이용객 수화물 검사와 보안검색이 중단된데다 공항내 내국인면세점에도 불이 완전히 꺼지면서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대낮에 정전이 발생했기에 망정이지 저녁시간에 정전이 발생했더라면 항공기 이.착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해 큰 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공항공사의 전력 관리시스템에 불만을 제기했다. 또 카자흐스탄 상원의장을 만나기 위해 제주공항에 도착한 김원기 국회의장 일행 6명은 귀빈실에서 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던 중 정전이 발생, 서둘러 어둠속에서 빠져 나와야 했다. 주말 관광객을 겨냥해 '갓돔' 등 고급 활어의 확보량을 늘렸던 관광지 주변 횟집들은 이날 갑작스런 정전이 2시간 넘도록 지속되자 수족관에 산소를 공급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아케이드가 설치된 제주시와 서귀포시내 상설시장에서는 정전이 되자 상인들이 대낮에도 촛불을 켜서 영업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으며 자가발전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소규모 마트 등은 영업을 하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 이밖에 도내 모든 교통신호등이 꺼지면서 제주시와 서귀포시 지역 교차로에서 차량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큰 혼란이 빚어지자 제주지방경찰청은 교통경찰관들을 비상소집해 주요 교차로에 배치, 수신호로 교통을 통제했다. 그러나 제주시 하나로마트 사거리 등 도심 외곽의 교차로에는 경찰 인력이 배치되지 않아 교통 혼잡이 1시간이 훨씬 넘도록 지속됐다. 이 같은 정전 사태로 이날 전력거래소와 한전 제주지사 등에는 도민들의 문의 전화가 폭주했으며 일부 주민들은 한전을 찾아가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kh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