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이락(烏飛梨落)인가,검찰의 기획작품인가.' 검찰이 한날 한시에 '범 현대가(家)'를 겨눴다. 대검 중수부는 29일 김재록씨 사건으로 촉발된 현대차그룹에 대한 수사범위를 현대차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비자금 전반으로 확대키로 발표했다. 동시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날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진승현 전 MCI코리아 부회장의 15억원 거래와 관련 서울 명동에 있는 브릿지증권(옛 리젠트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진씨는 리젠트증권의 대주주였다. 일단 검찰은 이 두 사건을 연관짓는 데 대해 펄쩍 뛰고 있다.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브릿지증권 압수수색과 대검의 현대차그룹 수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정 회장이 진씨에게 15억원을 건넨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차장검사는 "정말 오비이락에 불과하다"며 "그동안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들을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 회장과 진씨의 거래에 불법성이 인정되면 검찰 수사는 현대산업개발쪽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김재록씨에 대한 수사가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전반으로까지 확대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차장 검사도 "정 회장이 진씨에게 15억원을 준 동기가 의심스러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진씨는 1999년 4월 현대산업개발의 고려산업개발 주식에 대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550만주를 주당 150원(8억2500만원)에 넘겨 받아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리젠트증권에 주당 1200원에 되팔아 63억250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씨는 이 중 50여억원을 현대산업개발측에 넘겨줬고 그 대가로 2003년께 정 회장으로부터 15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진씨가 받은 15억원도 비자금을 조성해 준 대가라는 의혹도 나왔지만 정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진씨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 도와준 것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씨 역시 정당하게 받을 돈을 받은 것 뿐이라며 비자금 조성 대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정 회장이 진씨에게 준 15억원은 대출금으로,개인 돈이었던 점은 확인했지만 돈을 준 동기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돈 거래 관련자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고 있다. 검찰은 앞으로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당시 거래전표 등의 자료 분석을 통해 정몽규 회장이 진씨에게 제공한 15억원이 불법 거래의 대가가 아닌지 확인할 예정이다. 진씨가 신주인수권 매각을 통해 정 회장에게 50억원대 비자금을 만들어주고 그 대가로 15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수사는 현대산업개발의 비자금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진씨는 2000억원대 불법대출과 리젠트증권 주가조작 등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돼 2002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형이 확정된 뒤 2003년 5월 지병으로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현재 구치소 수용과 병원 치료를 반복하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