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관련 세금이 더이상 신뢰를 얻기 어려운 지경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시.군.구에 따르면 단독.다가구.다세대 주택의 공시가격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상속세.증여세.양도세의 기초적 자료에 해당된다. 그러나 시가는 올랐는데 공시가격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공시가격이 시가의 절반수준에도 못미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게다가 서울시내와 경기도의 상당수 기초자치단체들은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재산세에 탄력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기존의 계획을 강행하고 있어 `동일가격 동일세금'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더욱이 수십억원에 이르는 오피스텔은 분명히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는데도 사무실용으로 등록돼 탈세의 온상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당국은 뾰족한 대책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 단독.다가구.다세대 공시가격 못믿는다 각 시.군.구 등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은 단독.다가구 주택에 대한 공시가격 산정작업을 지난 17일 마무리하고 내달 6일까지 공시가격 열람과 의견접수를 거쳐 다음달 28일 공시가격을 결정, 공시한다. 시.군.구에서 산정한 개별 단독.다가구 주택의 공시가격을 보면 일부 주택의 경우 작년에 비해 최대 300%까지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다. 서울 성동구의 표준주택 가격상승률은 5% 수준이나 주택에 따라서는 300%나 오른 곳도 있다. 행정복합도시 예정지인 충남 연기군의 표준주택은 평균 50.5% 올랐으나 금남면에서는 70%까지 상승했고 일부 주택은 300%의 오름폭을 나타냈다. 한편으로 일선 지자체들은 개발지역의 경우 세부담이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시가격을 깎아주는 사태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청 관계자는 "개발지역의 경우 개별주택가격 상승률은 상당히 높은 만큼 시가의 80%가 아닌 60~70%만을 공시가격으로 산정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는 상승률을 그대로 산정가격에 반영하면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가는 올랐는데도 공시가격은 내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A씨 다세대주택의 시가는 작년에 비해 2천만~3천만원 오른 2억~2억1천만원이지만 공시가격은 작년 8천400만원에서 올해 7천600만원 수준으로 내렸다. 공시가격이 시가의 38%에 불과한 셈이다. 구청 관계자는 "다세대 주택은 한국감정원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정부가 발표한다"면서 "다세대 주택은 감가상각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 성북구에 다가구 주택을 구입한 회사원 A(29)씨는 "시가가 8천만원인데, 공시가격은 5천만원에 불과해 6천만원에 구입했다고 속여 최근 신고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뉴타운지구의 단독주택을 갖고 있는 회사원 B(31)씨는 "우리집은 3억을 웃도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올해 1월 1일 기준 공시가격을 열람해 보니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1억4천700만원으로 나와있다"고 전했다. ◇ 수도권 지자체들, 재산세 깎기 강행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지자체들은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재산세 감면을 강행할 방침이다. 작년 14개 구에서 재산세를 깎아줬던 서울시의 경우 중랑구가 제외된 대신 동대문구, 노원구, 송파구, 강동구가 추가됐고 강남구 역시 늦어도 5월 안에 탄력세율 적용을 확정할 계획이다. 작년 14개 시.군.구에서 탄력세율을 적용했던 경기도의 경우 작년 10월 안산, 올 3월 시흥시가 추가되면서 모두 16개 지자체에서 재산세 인하에 나선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7일 수도권 지자체가 재산세 탄력세율을 남용할 경우 교부세를 줄이는 등 불이익을 주고 현재 상하 50%로 돼 있는 탄력세율의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세목교환을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강남권에 있는 구청의 한 관계자는 "세목교환 얘기는 십여년간 철만 되면 나왔던 문제인데, 결국 강남구나 서초구 등 세수가 많은 곳의 돈을 걷어 세수가 적은 지자체에 나눠주겠다는 의도"라며 "국회의원들이 각각의 지자체의 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통과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25개 구청장 회의에서 나온 것처럼 재산세의 일정 부분을 시세로 전환, 다시 시에서 이를 배분하는 공동세 방안도 쉽게 추진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세목교환이나 공동세 자체는 얘기가 나왔다고 해서 바로 진전되기 힘든 사안"이라며 "이런 방안이 전국 지자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오피스텔 탈세 반복 주거용인데도 사무실로 속여 재산세.종부세를 덜 내는 `오피스텔 탈세'는 당국이 눈뜨고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눈감아주고 있다고 봐야할 정도로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 조사결과, 작년에 전국 22만가구에 이르는 오피스텔 가운데 주택 재산세가 징수된 가구는 8.8%인 1만9천여가구에 불과했다. 오피스텔 가운데 주거용이 적어도 50% 이상에 이르고 지역에 따라서는 대부분이 주거용인 곳도 적지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피스텔의 탈세가 심각한 상태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올해도 이런 사태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조만간에 전국의 오피스텔 25만 가구 가운데 일정규모 이상에 대해서는 사무실용인지, 주거용인지를 일선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점검한다는 계획이지만 어느정도 실효를 거둘지 불확실하다. 현재도 지자체는 오피스텔을 일일이 확인한 뒤 과세를 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오피스텔안에 들어가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데다 ▲굳이 지역 주민을 자극하면서까지 현장을 조사해 과세를 확대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고 ▲오피스텔 탈세는 원천적으로 제도가 혼란스러운데 따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선 지자체에 맡기는 방식의 현장조사는 실효를 못거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이 율 박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