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주 G사에 대한 전격 내사에 착수한 것은 무엇보다 '대형 건설업체 길들이기' 차원으로 풀이된다. 대형 건설업체는 대검찰청이 지난달 21일 재개발·재건축 비리사범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할 때부터 주요 목표였다. 8·31 대책 등 정부의 잇단 집값 잡기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서 약효를 발휘하지 못한 데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과정에서의 뇌물 수수 등 각종 비리가 도사리고 있으며 이는 대형 건설업체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대형 건설업체가 얽힌 전형적인 비리 사슬을 찾는 데 주력해 왔으며 G사가 그 첫 번째 수사대상이 된 셈이다. 도급 순위 10위 이내인 대형 건설업체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불법수주 비리뿐만 아니라 공공공사 수주 담합 의혹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건설업계는 이 같은 검찰의 강경 기류에 아연 긴장하는 분위기다. 건설사 수주 및 영업의 특성상 털면 먼지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검찰 내사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가 있었다"며 "검찰이 통화 내역을 추적하는 등 방대한 수사망을 동원하고 있어 조합장들이나 업계 관계자는 전화 통화도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건설업체가 그동안 그룹 오너 등의 비자금 창구 역할을 해왔다는 관점에서 이번 사건을 보는 시각도 있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은 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검찰이 나섰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또 이들 대형 건설업체와 유착관계에 있는 조합장 등 재개발.재건축조합 간부들도 중점 단속 대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하도급을 대가로 시공사나 철거업체로부터 금품을 받는 행위가 대거 적발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이 같은 검찰 결정을 놓고 정부 정책의 실패를 엉뚱한 곳으로 돌려 보려는 '책임회피성 조치'라는 비난도 적지 않다. 가뜩이나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또다시 건설업계가 집값 안정의 볼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들이닥치는 검찰의 압수 수색 등으로 일부 기업은 업무 마비를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선 "압수 수색을 한 번도 못 당하면 건설사 자격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대형 건설업체를 타깃으로 한 이 같은 수사가 전체 내수시장의 10%를 차지하는 건설시장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경영 의욕마저 저하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