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지배문제인 '윔블던 현상'이 이제는 선진국 내에서도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윔블던 현상이란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주최국인 영국 선수보다 외국 선수가 더 많이 우승하는 것처럼 영국의 금융기관 소유주가 영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선진국 자본에 의해 주로 개도국 금융시장에서 문제돼 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최근에는 선진국 내에서 개도국 자본에 의해 똑같은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


올 들어 아랍에미리트(UAE) 국영회사인 두바이포트월드(DPW)의 미국 항만권 인수 시도,인도 기업인 미탈스틸(Mittal Steel)의 프랑스 철강회사인 아셀로(Arcelor)에 대한 적대적 인수 선언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를 놓고 '역(逆)윔블던 현상'이라 부른다.


역윔블던 현상이 일어나는 주된 이유는 중동 산유국과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국제자금 공급원이 재편되고 있는 데다,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달러표시자산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들어서는 중동 산유국과 아시아 국가들의 과잉저축분이 미국 국채에서 선진국 기업 인수 쪽으로 투자방향을 옮기는 추세가 뚜렷하다.


주목할 것은 윔블던 현상이든,역윔블던 현상이든 투자대상국의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높아질수록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발생될 우려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즉 외국인 자본이 투자대상국 경제와 함께 발전하는 공생적 투자가 되지 못해 국부유출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경제정책의 무력화도 우려된다.


외국자본의 속성상 금융수익을 최우선시함에 따라 투자대상국 정부의 정책에 비협조적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자본이 확대될수록 투자대상국의 경제주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의 경영권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글로벌 펀드들이 벌처펀드형 투자,적대적 인수합병 등을 통해 능동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추세가 심해짐에 따라 종전과 같은 수준의 외국인 비중이라 하더라도 기업이 느끼는 경영권 위협정도는 더 심하다.


더욱이 개도국 자본이 선진국의 항만,에너지와 같은 기간산업을 인수할 경우 경제안보와 근로자 고용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


이 점이 2차 대전 이후 '세계화'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를 외쳐왔던 선진국이 요즘 들어서는 모든 경제 현안을 자국의 주권과 이익확보 차원에서 바라보는 '경제 애국주의'(economic patriotism)를 낳는 가장 큰 요인이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국제관계에서 경제 애국주의가 중시될 경우 무역 장벽과 자국의 통화가치 평가절하를 통한 보호주의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최근의 상황이 더 진전된다면 1920년대 이후 세계경기가 장기침체에 빠졌던 당시와 비교하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앞으로 세계 각국은 세계화와 경제 애국주의 간의 절충을 시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세계화와 글로벌스탠더드의 당위성만 지나치게 강조해 아직까지 경제 현안 처리에 있어서 우리의 국익이 희생당한 면이 많았으나 이제부터는 균형을 찾아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