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브로커' 윤상림씨가 정ㆍ관계 등에 형성한 핵심 인맥들에게 금품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입증할 비밀장부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돼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윤씨의 로비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17일 윤씨가 각계 유명 인사들과 돈거래한 내역이 적힌 금전장부를 작성해놓은 정황을 잡고 이 장부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윤씨 본인과 참고인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윤씨가 서울 논현동 집 금고에 수십억원대 돈과 함께 금전거래 장부를 지난해 말까지 보관해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문제의 장부를 직접 봤다는 일부 참고인 진술에 이어 윤씨가 친한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놓고 수십억원대 현금과 수표, 달러와 함께 금전거래 장부가 보관된 금고를 열어보이며 자랑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씨는 검찰 조사에서 장부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김포공항에서 검찰에 체포된 작년 11월 20일 운전기사 양모씨를 시켜 장부를 없앴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윤씨를 검거한 직후 며칠 만에 윤씨 자택을 압수수색했으나 금고에는 차용증서 몇 장만 남아있었을 뿐 내부가 텅 비어 있어 장부 확보에는 실패했다. 검찰은 윤씨가 검은 돈을 매개로 구축된 자신의 인맥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을 우려해 운전기사 양씨를 시켜 이 장부를 숨겨놓았을 것으로 보고 양씨 체포에 나서 넉 달만인 이달 14일 검거에 성공했다. 양씨는 수사망을 피해 도주하면서도 윤씨와 돈거래를 했던 인사 6∼7명과 접촉, `윤씨에게 제공된 돈은 빌려준 돈이다'라고 진술해달라는 등 진술조작을 시도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양씨는 현재 윤씨로부터 지시를 받고 곧바로 윤씨 집을 찾아가 금고를 열었으나 그 곳에는 현금 1천만원 외에 문제의 비밀장부는 없었다며 장부은닉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부인에도 불구, 17일 밤 증거인멸 혐의로 양씨를 구속하고, 장부를 어디에 숨겨놓았는지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검찰 수사를 피해 장기간 도망다닌 점 등으로 미뤄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양씨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장부가 확보되면 윤씨 관련 계좌에서 수천만원씩 현금으로 빠져나간 `뭉칫돈'의 용처와 목적 등이 규명되면서 그동안 베일 속에 싸였던 윤씨 인맥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