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직에 출마를 선언한 후 14일로 한 달을 보낸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바삐 움직이되 `티' 내지 않는 조용한 선거운동을 해나가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P-5)인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와 비상임이사국인 탄자니아.아르헨티나.


콩고.덴마크.가나.


그리스.일본.페루.카타르.슬로바키아 등 총 15개국 중 9개국 이상의 지지를 받은 단수 후보가 유엔 총회의 추인을 거쳐 추대되는, 매우 특이한 선출 과정을 거친다.


그런 만큼 반 장관과 외교 당국은 겉만 번지르한 `세몰이' 식 선거운동 보다는 철저히 국익에 기반해 투표할 안보리 이사국들의 예민한 `표심'을 얼마나 잘 다독이느냐가 당락을 가를 것으로 보고 `조용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潘외교, `발빠른 행보' = 공식 출마 선언 전인 1월말~2월초 아프리카의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인 가나.


콩고와 상임 이사국인 프랑스 등을 방문, 지지기반을 다졌던 반 장관은 6~14일 노무현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길에 동행하며 이집트,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에서 아프리카 내 지지 분위기를 조성했다.


반 장관은 향후 14~18일 남미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아르헨티나와 페루를 방문, 외교장관간 회담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남미 5개국 지역공동체인 `안데스 공동체' 사무총장과의 만남 등을 통해 자신을 알릴 예정이다.


이어 반 장관은 다음달 초 유럽에서 한 표씩을 가진 덴마크.그리스.슬로바키아를 다녀올 예정이며 뒤 이어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와 비상임이사국인 카타르도 방문할 계획이다.


장관직 유지에 대해 일부 논란이 있지만 반 장관은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한국 외교장관이 확보할 수 있는 국제 외교 공간을 충분히 활용, 선거운동을 한다는 당초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는 빡빡한 순방외교 일정 속에 외교장관 자격을 앞세워 현안을 협의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유엔 개혁방안에 대한 자신의 포부를 밝히는 한편 사무총장 후보로서의 경륜을 알린다는 복안이다.


참모들도 바빠졌다.


유명환(柳明桓) 외교통상부 1차관은 6일 차관급 전략대화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계기를 활용,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 등과 만나 비상임이사국으로서 한 표를 가진 일본에 반 장관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千英宇) 외교부 외교정책실장도 중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러 간 기회를 이용, 이달 10일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국제기구담당 부장조리(차관보급)와 만찬회동을 갖고 중국의 지지를 당부했다.


◇`아시아 사무총장' 대세론 확산 분위기 = 미국을 중심으로 한때 조기 선출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9월 이후 선출하는 쪽으로 중지가 모아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오는 7~8월부터 투표권자인 안보리 이사국들을 중심으로 의견교환이 이뤄지면 9~10월께 공식 선출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외교 당국은 보고 있다.


지역순환 원칙과 관련, 능력본위를 내세우고 있는 미국과 영국의 반대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아시아에서 차기 사무총장이 나와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외교부는 보고 있다.


상임 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아시아 후보 지지 입장을 분명히 한 가운데 아프리카.아시아의 비상임이사국들이 아시아 후보에게 힘을 싣고 있으며 중남미 국가들도 `아시아 대세론'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반 장관 외에 수라키앗 사티라타이 태국 부총리와 스리랑카 출신 자얀티 다나팔라 전 유엔사무차장 등으로, 한달 전과 변화가 없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지지성' 발언으로 아시아의 대항마로 떠오른 동유럽 지역의 후보들을 위시한 `잠재 후보'들은 분위기를 보며 공식 출마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잠재 후보로는 바이라 비케프라이베르가 라트비아 대통령과 알렉산더 크바스니예프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 케말 데르비스 전 터키 재무장관, 호세 라모스 호르타 동티모르 외무장관 등이 꼽힌다.


당선 전망과 관련, 안보리 이사국들이 지지 후보를 막판까지 밝히지 않는 관례로 미뤄 반 장관의 선출 가능성을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대부분 외교 관계자들은 말한다.


다만 홍콩 일간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이달 8일자에서 반 장관이 아시아 후보 중 가장 돋보인다고 평가한 것을 비롯, 해외 언론의 반응이 좋다는 것은 반장관에겐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유엔 분담금 체납과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적개발원조(ODA),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수동적 입장 등 한국 외교의 `뜨거운 감자'들이 발목을 잡지 않나 하는 우려도 있지만 외교부는 `개인'을 뽑는 사무총장 선거이기 때문에 큰 변수는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