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등과 관련된 갖가지 의혹 규명에 나섬에 따라 검찰 수사 추이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론스타가 3∼4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빠르면 5∼6월 중에 외환은행 매각을 완료한다는 일정에 비춰 13일 시작된 검찰 수사가 `국부 유출'을 막는 방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회 재경위의 고발로 시작된 이번 수사는 2003년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매각될 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조작됐는지, 경제관료와 외환은행 고위인사가 헐값 매각을 도왔는지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겉으로 신중한 행보를 하면서도 내부적으론 `공격 타깃'을 찾으려고 부심하고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외환은행의 대주주 등이 사법처리되면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중단되거나 지연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 검찰 수사 정중동(靜中動) 행보 = 감사원 감사와 맞물려 검찰 수사가 예상보다 빨리 결론날 수도 있지만 2003년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정책 결정' 사안이었던 만큼 수사 분위기는 매우 신중한 편이다. 검찰이 13일 감사원의 감사 과정을 지켜보며 본격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내부 기류를 잘 보여주는 발언이다. 1997년 환란사건이나 지난해 `행담도' 사건 등 정책판단에 대한 책임 유무가 불거졌을 때 법원이 정책 담당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점도 검찰의 신중한 행보에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외환위기를 제 때 감지하지 못해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됐던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의 `정책 판단'에 무죄를 선고했고, 서울중앙지법도 행담도 사건과 관련해 정부지원의향서를 작성한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회 전 위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뇌물을 받고 청탁을 들어주는 등 직권남용 혐의가 밝혀지지 않는 이상 정책 판단 부분은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경우 대외신인도 하락이나 금융시장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검찰로선 부담이다. 이런 현실론을 들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물밑에선 법률적 허점을 찾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와 무관하게 필요하다면 관련자 출국금지나 외환은행 압수수색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 금융권과 온도차 나는 검찰 수사 의지 =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외환은행 매각 의혹을 말끔하게 털고 난 뒤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시장 원리에 맞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도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 등은 검찰 수사계획이 발표된 13일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데 이어 다른 금융사들도 관심을 보이는 등 인수경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국내 금융권이 이처럼 검찰 수사를 아랑곳하지 않고 외환은행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검찰 수사가 론스타의 매각계획에 제동을 걸 수 없다는 자체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대주주가 금융관련 법령을 어겨 처벌받은 때나 자격 박탈이 가능하지만 검찰에 고발된 이번 사항이 설마 유죄로 입증되더라도 대주주를 속박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계산과 의지는 금융권과 현격하게 다르다. 론스타의 계획대로 외환은행이 국내에 매각될 경우 천문학적 액수의 국부가 유출되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게 대검 중수부의 각오인 셈이다. 외환은행 매각가격이 5조5천억∼6조5천억원으로 예상돼 1조3천800억원에 매입한 론스타가 매각 작업을 일정대로 끝낼 경우 차익이 3조∼4조원이고 경영권프리미엄까지 합치면 무려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단체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 론스타의 `시세차익 남기고 빠지기' 전략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정종남 사무국장은 "검찰 수사가 외환은행 매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란 금융권 시각은 잘못됐다. 탈세나 외화밀반출 등 혐의로 대주주를 처벌한다면 매각 계획의 중단 또는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검찰 수뇌부의 결연한 의지는 검찰내 최고 특수수사기관인 대검 중수부에 이 사건을 배당한 것이나 본격 수사 착수 시점을 매각 추진 경과와 연계하겠다는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탈세나 외환반출, 헐값매각 사건 등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작업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며 집중 수사대상을 정밀물색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외환은행 매각협상 당시 재직했던 경제관료와 외환은행 고위인사의 배임 의혹, 론스타의 탈세ㆍ외환반출 등에 따른 대주주 책임 여부 등에 어떤 결론을 낼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