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악전고투에도 불구, 과연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을까. 또 공화당 내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는 과연 누구이며, 어떤 후보가 가장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까. 미 공화당원들의 최대 궁금증인 이들 질문에 대한 답변이 11일 오후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열린 공화당 남부지역 지도자회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어렴풋하게나마 나왔다. 전국 26개주에서 참가한 공화당원 1천427명을 대상으로 한 비공식 여론조사 '스트로 폴'(Straw poll)의 결과 빌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36.9%의 지지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선거전문 사이트 '핫라인'이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프리스트는 일단 자신의 지역구에서 1위로 부상,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설 공화당의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프리스트의 이번 결과는 그러나 이미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오히려 프리스트 입장에선 안방에서 치러진 이번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지 못할 경우 대선후보군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당내 대선후보 리더격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은 4.6%로 5위에 그쳤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온건파들의 지지로 2.2%를 기록하며 9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온건파인 미트 롬니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14.4%를 기록, 예상을 깨고 일약 2위로 떠올랐으며, 전설적인 미식축구 스타의 아들인 소장파 조지 앨런 상원의원(버지니아)이 10.3%로 3위를 기록했다. 차기 대선을 2년 정도 앞두고 실시하는 '스트로 폴'은 구속력이 없고 당내 기류 변화를 대변하는 풍향계로 활용될 뿐이다. 다만 부유한 공화당원들로부터 적극적으로 후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어찌됐건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그간 공화당내에서 서서히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받아온 매케인 의원에게는 상당한 충격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12일 "매케인이 공화당 지명을 받으려는 과정에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사실 조지 부시 현 대통령은 지난 1998년 스트로 폴에서 공화당 지도자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1위를 차지, 일찌감치 대세론을 굳힌 바 있다. 따라서 매케인 의원으로선 지도자회의에 참석했으면서도 이런 참담한 결과가 나온 것이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주는 증표라고 미 언론들은 해석했다. 미 언론들은 그러나 매케인과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공화당 후보지명대회를 앞두고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매케인과 줄리아니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명도와 호감도 면에서 줄곧 수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마리스트대학의 리 미린고프 여론연구소장이 뉴욕의 WNBC TV의 지원을 받아 지난달 13일부터 15일까지 등록유권자 9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에서 공화당의 경우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28%로 1위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24%를 차지했다. 프리스트 원내대표 등 나머지 후보들은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케인이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유력한 힐러리 뉴욕주 상원의원과 맞붙었을 경우 매케인이 52 대 42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힐러리와 줄리아니 시장이 맞붙었을 경우는 무승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듯 미 언론과 공화당 선거전문가들은 공화당 대권후보 경선구도가 매케인과 줄리아니, 프리스트의 3파전으로 잡혀나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재선 대통령인 부시에게 실망한 공화당 당원들과 일반 국민들 관심이 이젠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 지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