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이 과열되면서 혼탁함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수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맹형규(孟亨奎) 전 의원과 홍준표(洪準杓) 의원간의 흑색선전과 비방전은 점입가경 양상이다. 홍 의원은 12일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맹 전 의원 측이 나에 대해음해와 날조로 점철된 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며 9쪽 짜리 관련 문건을 폭로했다. 이 문건에는 ▲자기 뜻대로 안되면 당을 버릴 사람 ▲한나라당의 노무현(盧武鉉) 같은 사람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 ▲자기희생보다 자기인기를 우선할 사람 ▲강금실(康錦實)과의 대결에서 이길 수 없는 사람 등 홍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가 돼서는 안되는 5가지 이유와 함께 그의 재산내역 등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적시돼 있다. 홍 의원은 "문건에는 내가 강남지역 1채를 포함해 집 3채, 콘도와 골프회원권 3개를 갖고 있어 한나라당 의원중 종부세 납부 1위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모두 허위사실"이라면서 "이는 명백히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당 사무총장에게 문건 작성 관련자 3명을 (검찰에) 고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맹 전 의원 측이 이 문건을 내부 교육자료로 활용하는 것도 모자라 지난 7일에는 `구전(口傳)홍보단'까지 발족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는데 이런 짓은 뒷골목의 `양아치'들이나 하는 짓"이라면서 "재발방지 차원에서 관련자들을 여의도 정가에서 떠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맹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 "이번 사태에 대해 내 자신 스스로 유감스럽고 부끄럽게 생각한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 없다"고 문건의 존재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이어 "실무자가 그런 문건을 작성한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책임자를 즉각 문책했으며 홍 의원에게 사과전화도 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은 공격자와 수비자만 바뀌었을뿐 `맹-홍 대립 2라운드'의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홍 의원 측은 지난달 중순께 `맹 전 의원이 공천을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 여자 문제가 있다'는 항간의 소문을 일부 인사들에게 전파했다가 맹 전 의원 측의 거센 항의를 받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후보 간의 경쟁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후보자 중 한명인 박 진(朴 振)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모두가 상처받는 네거티브 선거는 더이상 안된다"면서 "서로를 공격하고 헐뜯는 네거티브 캠페인은 후보 당사자들뿐 아니라 한나라당 전체에 피해를 주게 된다"며 두 사람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밖에 서울시장 후보 외부영입 문제를 둘러싸고도 당내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박계동(朴啓東) 의원이 경선 출마자이면서도 스스로 외부인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대해 다른 후보들이 일제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홍 의원은 "자기가 안될 것 같으니까 다 된 밥에 재뿌리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고, 박 진 의원은 "기존 후보들을 뜨지 못하게 하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 일각에서는 당내 경선이 지금처럼 계속 과열.혼탁 양상으로 흐를 경우 외부인사 영입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당내 경선 출마자들의 강력 반발로 사실상 무산된 서울시장 후보 영입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의기의식 속에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