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 개발 확대 … 곳곳 '마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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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규모 택지지구나 재개발구역 가운데 상당부분을 공영개발 방식을 도입하면서 곳곳에서 마찰음이 일고 있다.
정부 주도의 공영개발로 추진 중인 판교신도시에서는 중·대형 주택용지의 턴키입찰을 앞두고 민간 건설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또 공영개발이 결정된 수도권 재개발 구역에서도 민영개발을 선호하는 주민들의 반발로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송파신도시의 '토지임대부 주택분양' 역시 실현된다면 공영개발방식으로 추진될 공산이 크다.
고철 주택산업연구원장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투기를 잠재우겠다는 공영개발의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공영개발이 지나치게 강화되면 민간건설시장 위축 등의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판교 용지입찰 앞두고 건설사 불만 고조
주공은 이달 말쯤 공영개발로 진행되는 판교의 중·대형 평형 아파트단지인 12블록의 택지를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방식으로 건설업체에 공급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중·대형의 표준건축비(45평형 기준)를 최대 평당 368만원으로 산정하면서 민간 건설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 공사비로는 주택의 품질유지가 힘들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브랜드 홍보 차원에서 입찰에는 참여하겠지만 현재 건축비로는 오히려 이미지만 나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대형업체들은 입찰참여 자체를 포기한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앞으로 개발될 송파신도시도 공영개발 방식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건설업계는 판교 같은 상황이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다.
김홍배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은 "공영개발은 결국 주공 등 공공기관이 시행사가 돼 개발이익을 독점하겠다는 것"이라며 "단순 시공사로 전락한 건설사들의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개발 구역 주민반발도 거세
공영 재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주공이 재개발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경기도 성남 단대구역에서는 재개발 지분을 가진 주민 상당수가 "공영개발로 사유 재산권이 침해되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공영개발이 결정된 중3구역에서도 "공영개발을 도입하기 위해 민영개발방식을 선호하는 주민들이 결성한 재개발추진위원회 신청까지 반려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안양 임곡3구역에서는 공영개발과 민영개발을 각자 추진하려는 주민들이 동시에 주민동의서를 받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공영개발 반대 주민들은 "공영개발을 하면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주공이 가져가게 되는데,지자체까지 공영개발에 동조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이 무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영개발 더 강화되나
송파신도시의 경우 최근 정치권과 정부에서 언급된 '토지임대부 주택분양'이 도입된다면 공공기관의 역할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토지는 빼고 주택(건물)만 분양하면 분양가는 저렴해지겠지만 토지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은 모두 소유주인 주공 등 공공기관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 주택공사 산하 주택도시연구원은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부지 232만평을 공영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최근 제시했다.
주택도시연구원 김성연 선임연구원은 "공공기관 이전 부지에 임대아파트를 짓거나 주택 안정을 위한 토지로 비축하는 공영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택공사 관계자는 "공공의 역할이 너무 커지는 것에 대한 민간의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공영개발을 통해 얻는 수익이 서민주거 안정 등 공익을 위해 쓰여진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