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했던 박찬호(33.샌디에이고)와 서재응(29.LA 다저스)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전 호투로 병역면제 혜택을 준 조국에 보은했다. 박찬호와 서재응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태극마크를 자청했다. 둘 다 팀 내 `5선발' 후보라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한창 진행 중인 팀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가 국가대표 소집일(2월19일)보다 1주 가량 늦게 대표팀에 합류했던 것. 팀의 만류나 올해 정규시즌을 위해 불참한 대만 왕치엔밍(뉴욕 양키스) 등과 딴판이다. 빅리그 한국 투수들의 든든한 두 기둥 박찬호, 서재응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고 2라운드(8강) 진출의 분수령이 된 3일 대만과 경기에서 혼신의 투구로 빅리거의 체면을 살렸다. 서재응은 선발로 대만 공격의 예봉을 꺾어 기선을 제압했고 박찬호는 불안한 리드에서 나와 승리를 확정지은 화려한 피날레 투구를 선보였다. 서재응과 박찬호는 지난 1일 일본 재팬시리즈 우승팀 롯데 마린스와 마지막 평가전 때 나란히 1이닝 무실점 쾌투를 선보여 대만전 중용이 예상됐다. 1라운드 투구수 제한(65개)에도 초반 분위기를 좌우하는 선발 중책을 맡은 건 대만전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서재응. 서재응은 대만의 25세의 우완 `비밀병기' 린인위와 초반부터 팽팽한 투수전을 벌였으나 제구력과 경험에선 한 수 위였다. `컨트롤의 마법사'로 불리는 서재응은 칼날 제구력과 적절한 투구 완급조절로 대만 타자들의 혼을 뺐다. 특히 1회 삼자범퇴를 시킨 뒤 3회에도 2사 2루에서 시치아시엔을 풀카운트 대결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성적은 3⅔이닝 동안 2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 투구수는 61개. 2-0 승리의 발판을 놓고 승리투수 기쁨을 누리는 데 손색없는 활약이었다. 서재응은 경기 후 "선발로 나갔지만 65개(한계 투구수) 생각하지 않았다. 나에게 주어진 1회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내 뒤에도 좋은 투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며 혼신을 다한 전력 투구를 했음을 시사했다. 박찬호의 활약도 서재응 못지 않았다. 2점차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7회 한양대 선배 구대성(한화)으로부터 마운드를 넘겨받은 박찬호는 2이닝 연속 삼자범퇴에 이어 9회에도 등판해 유격수 박진만의 눈부신 수비 도움 속에 기분 좋은 세이브를 올렸다. 3이닝 2안타 3탈삼진 무실점. 투구수도 36개(이닝당 평균 13개)에 불과한 위력적인 피칭이었다. 박찬호는 "시기적으로 몸이 100%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점수차가 많이 나지 않아 침착하려고 했다. 마지막 선수들의 집중력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 목표는 등판하는 매 경기 이기는 것이다. 남은 경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도쿄=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