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서울 서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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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 대표들이 과거 뉴욕의 주인이었던 인디언 추장의 후예를 찾아간다.
그리곤 선조들이 맨해튼을 판 대가로 받았던 24달러만 내고 뉴욕을 되사라고 제의한다.
비싸다며 거절하자 4달러를 깎아주고 나머지도 매월 4달러씩 나눠 내라고 해보지만 추장의 후예는 안사겠다고 잘라 말한다.
작가 버치월드(Art Buchwald)가 쓴 '대사회의 아들'에 나오는 내용이다.
뉴욕을 24달러짜리도 안되는 곳으로 만듦으로써 살기 힘든 곳,살고 싶지 않은 곳이 돼가는 대도시의 형편을 꼬집은 셈이다.
1966년 작이니 오늘날의 뉴욕과는 달랐겠지만 교통난과 매연 등이 지금보다 심하진 않았을 것이다.
대도시가 무조건 나쁘기만 한 곳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끊임없는 긴장,환경오염,비싼 물가,각종 위험에 시달리지만 대신 교육과 일자리에서 보다 다양한 기회를 갖고 문화예술과 건강관리 등에서도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이 정신없고 끔찍한 삶에 넌더리를 내면서도 큰 도시를 떠나지 못한다.
여기서 대도시의 과제가 생긴다. '어떻게 해야 살기 좋은 곳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서울시가 10년 동안 7조6500억원을 들여 '문화도시 서울'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놓은 것도 개발독주 시대의 그늘을 걷어내고 쾌적한 서울을 이룩하려는 궁리일 터이다.
공연장 미술관 체육센터를 대폭 늘리고,문화재를 복원하고,예술인들의 창작활동도 적극 지원하리라 한다.
동네마다 미술관과 음악당이 있고 콘크리트로 덮였던 하천이 제모습을 드러내는 건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그러나 살기 좋은 도시는 번듯한 건물과 화려한 불빛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서울의 교육환경은 여전히 열악하고,뒷골목은 지저분하고,주택가에선 주차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방학 때면 점심을 굶는 아이들이 있고,장애인 복지시설은 형편없고,쪽방촌 노인들은 서럽다. 눈에 띄는 문화시설도 좋지만 먼저 소외계층을 살피고, 일자리를 늘리고, 변두리 지하도부터 밝혀야 하지 않을까. 그 많은 재원이 확보될 수 있다면.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