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들을 불러 물었다. "엄마처럼 얼굴도 예쁘고 요리도 잘하는 경우를 사자성어로 뭐라고 할까?" 아들은 대답했다. "자화자찬." 당황한 엄마가 "아니" 하자 아들은 "과대망상" 했다. '금상첨화'를 기대했던 엄마가 화를 꾹 참고 "'금'자로 시작하는 거" 하자 아들은 말했다. "금시초문." 우스갯소리 같지만 대부분의 유머가 그렇듯 나름대로 뼈가 있다. 엄마와 아들의 황당한 대화를 통해 내 생각과 남의 평가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꼬집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정겹다는 모자 간에 이런 판이니 남들끼리는 두말할 것도 없다. 실제 이런 일은 부지기수다. '5ㆍ31 지방선거'를 앞둔 예비후보들의 출판기념회가 한창이다. 법상 선거 90일 전인 3월2일부터는 의정활동 보고와 출판기념회 모두 금지되는 만큼 3월1일까지 그야말로 러시다. 책의 형태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에서 ∼까지' 혹은 희망,노래,꿈,길 같은 단어를 붙인 제목에 살아온 길과 공약을 곁들인 자전 에세이들이다. 선거철만 되면 출판기념회가 넘쳐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책을 통해 이력과 활동을 알림으로써 인지도를 높이고,친지와 유력인사를 참석시켜 세(勢)를 과시하고,책값 내지 성의 표시라는 이름의 후원금도 걷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지엔 광고도 할 수 있으므로 이래저래 홍보용으론 '딱'이다. 보통은 책을 내면 아는 사람들에겐 무료로 증정하고 출판기념회를 열 경우 다과나 출장뷔페를 차려 대접해야 하지만 예비후보들의 경우 선거법상 공짜 책은 못돌리고 다과 대접도 못하게 돼 있으니 실은 거의 없고 득만 있는 셈이다. 출판과 초대장 발송 등 부대 업무는 출판사에서 알아서 하고. 자서전 한 권쯤 갖고 싶은 사람은 많을 것이다. 대개는 그래도 잘한 일만 내세우는 건 쑥스럽고,잘못한 일까지 적자니 부끄럽고,게다가 비용도 만만찮으니 주저앉는다. 선거를 치르자니 도리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행여 남들은 자화자찬이라 여기는 걸 자신은 금상첨화라고 우기는 건 아닌지 돌아봤으면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