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인근의 봉제업체 A사는 최근 공장 가동률을 30% 이하로 낮췄다.


근로자들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에 '우선 사업 규모를 줄이고 경영 전략을 다시 짜야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인건비는 한국 봉제업체 평균 임금의 25% 수준.아직은 견딜 만하지만 요즘 정도로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 '사업계획 세우기도 어렵다'는 계산이 나왔다.




중국과 동남아에 진출한 중소기업 10곳 중 4~5개만이 살아남는다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는 A사의 사례에서 보듯 중국과 동남아가 생산 기지로서의 매력을 빠르게 잃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임금 상승뿐 아니라 업체 간의 저가 출혈경쟁,불투명한 정책 리스크 등으로 하루빨리 중국과 동남아 진출 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해 8월 KOTRA 상하이 본부와 공동으로 실시한 경영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530개 중국 현지 진출 기업 중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은 35.6%(187개사)에 불과했다.


게다가 절반 이상의 기업은 1~2년 내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이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거나(27.1%) 더 나빠질 것(24.2%)으로 전망했다.



◆임금 상승속도 너무 빠르다


현지 진출 기업의 목을 죄고 있는 최대 요인은 중국과 동남아의 최대 메리트로 꼽혔던 노동비용.대한상의 조사 결과 중국·동남아 진출 기업의 대부분은 임금관리를 가장 큰 애로로 꼽았다.


그 중에서도 높은 임금상승률(중국 22.8%,동남아 25.7%)과 과도한 추가인건비(중국 29.6%,동남아 12.5%),업체 간 임금인상 경쟁(중국 12.9%,동남아 10.4%) 등이 문제였다.


노사분규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국경제신문의 조사 결과 중국 진출 기업의 18.4%가 '노사분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노사분규의 원인은 임금 인상(30.0%) 문화적 마찰(17.5%) 복리후생(12.9%) 인사이동 불만(9.6%) 등의 순이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가격 경쟁


노동비용이 오르면서 원가는 급증하고 있지만 제품가격은 갈수록 싸져 업체들은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 기업뿐 아니라 세계의 웬만한 기업들은 모두 중국과 동남아에 공장을 세우고 저가 출혈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가격이 급락하는 제품은 봉제 의류 등 노동집약적 제품에서 노트북 휴대폰 등 기술집약적 산업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상무부 조사에 따르면 900개 주요 공산품의 70% 이상이 만성적인 초과공급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부가 내수시장 공략해야


상황이 이렇게 되자 포화된 우리 내수시장을 대체할 '블루오션(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으로 여겨졌던 중국과 동남아도 이미 '레드오션'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통상백서에서 과열투자에 따른 공급과잉,생산비용의 가파른 상승을 이유로 중국투자 비중을 낮추라고 자국 기업에 권고하기도 했다.


대한상의 김종택 베이징사무소장은 "중국과 동남아는 저임금을 활용해 저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외에 수출하는 유형보다는 현지 내수시장을 겨냥해 고부가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투자전략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