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가 '파격적인' 변신을 했다.


아직 영화가 공개되기 전이지만 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감독 이하, 제작 언더그라운드ㆍMK픽처스)의 개략적인 내용만 들어도 지금까지 모습과는 확연히 다를 것 같다.


"'문소리 첫 코미디 연기'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다"는 그는 "포복절도하는 코미디가 아니라 피식 내뱉는 웃음, 어떤 면에서는 어이없어 나오는 웃음을 주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어쨌든 문소리가 웃긴다는 걸 상상하는 것도 관객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 터.


3월16일 개봉될 이 영화의 제목에서 은밀한 뭔가가 들어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진하게 배어난다.


여교수에게 있는 은밀한 매력? 묘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문소리가 연기한 조은숙의 '교수'라는 직업은 근엄한 사회적 위상을 설명해주는 반면, '은밀한 매력'이라는 단어는 성(性)적인 뉘앙스를 은근히 풍겨낸다.


교수이자 환경단체에서 일하는 조은숙은 실은 자신과 어떻게든 몸을 섞고 싶어하는 남자들을 쥐락펴락하는, 다분히 이중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뭐랄까.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가식을 벗겨내는 영화죠. '넌 안 그러는 줄 알아?'라며 삐딱하고 예의 없게 보여줍니다. 반듯한 정서가 아닌 시나리오에 끌렸죠."


어쩌다 교수라는 명망 있는 직업을 갖게 됐지만 남자 꼬드기는 데 능하고, 어디서든 주목받고 싶어하고, 혼자 있을 때조차 연기하는 조은숙에게서 우리의 숨기고 싶은 욕망을 엿볼 수 있다.


도발적인 제목과 섹시한 포즈가 눈에 띄는 포스터가 알려주듯 영화는 '18세 이상 관람가'다.


"야해요?"라고 유치한 질문을 던졌더니 "음…꽤 노출하는 장면이 있긴 한데, 그걸 야하다고 봐야 하나?"라며 오히려 궁금증을 유발하는 답변을 한다.


비록 '바람난 가족'에서 옆집 고교생을 유혹하는 바람난 주부를 연기한 적이 있지만 여전히 문소리에게서는 바르고, 할 말은 하며, 소외된 자들의 힘든 삶을 온몸으로 표현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 제가 그렇게 보이도록 살았으니까 그런 이미지가 있겠지만 모범적인 삶을 산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이런 이미지를 원하니까 이에 부응해 서비스를 한 적도 없구요. 저 역시 가식이 많죠. 그걸 알고 인정하면서도 뭔가 딱 걸리고, 스스로 싫어질 때가 있기도 하구요."


상대 배우인 지진희, 박원상과 즐겁게 연기했다.


지진희는 함께 맞붙는 장면이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남자답지 않은 수다와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배우"라며 활짝 웃었다.


오랜 기간 쌓아온 박원상과의 인연은 연극 출연으로까지 이어졌다.


사실 그는 인터뷰를 하며 아직 보지 못한 영화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연극에 대해 더 많은 말을 했다.


다음달 26일까지 박원상과 2인극 '슬픈 연극'(민복기 작ㆍ연출)을 공연한다.


연극은 그에게 많은 선물을 준 듯했다.


"잘하지도 못하고, 창피할 때도 있고, 관객이 너무 많이 가르쳐주고, 제가 공부하는 데 돈 내고 오시라고 하는 게 죄송해요. 연습할 때는 뭐가 맞는지도 모르겠더니 막상 시작하니까 관객이 가르쳐주는 게 너무 많아요."


연극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했다.


"영화도 (배우의) 공동 작업이긴 하지만 전적으로 배우에 의존하는 연극과는 달라요. 날 것 그대로의 느낌으로 관객을 만난다고 할까요."


그는 처음 주연으로 선 연극의 막이 내리면 또 새로운 시도를 한다.


배용준 주연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태왕사신기'에 합류하는 것. 여기서 그는 광개토대왕(배용준)과 맞서는 호녀족 출신 서기하로 캐스팅돼 팽팽하게 대립한다.


느닷없이 드라마 출연 결심을 왜 했을까.


"배우로서 드라마도 한번은 경험해봐야 할 장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출생의 비밀, 삼각관계, 이런 식의 드라마는 출연하지 못하겠더라구요. 힘있는 드라마인 데다 사전제작이라는 점, 또 판타지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여서 상상력을 동원해 표현할 수 있겠다는 점에서 '태왕사신기'를 선택했습니다."


문소리는 "연극을 하며 많은 자극을 받고 배우고, 관객이 날 보러와주고 또 울어주니 이런 순간들을 맞으며 '난 참 행복하다'고 느낀다"며 몸은 힘들지만 가슴은 풍성한 요즘의 심경을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