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당의장 체제가 새로 출범했다. 정치적으로 보면 당장 코앞에 닥친 5월 지방선거는 물론 내년 말 대통령 선거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책임이 막중하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서는 야당과의 원만한 타협(妥協)을 통해 난마처럼 얽힌 국정현안을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하는 책임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사실 지금까지 열린우리당이 여당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왔는지는 의문이다. 야당과의 극한대립은 물론이고 경제정책을 둘러싸고도 정부와의 엇박자로 인해 국정주도 능력이 크게 의심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만 해도 세금정책 부동산대책 등 주요 사안에 대한 당정간의 불협화음이 잇따라 노출되면서 시장을 갈팡지팡하게 만들고 정책불신을 자초하는 등 그런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여당에 당장 시급한 과제는 이 같은 국정혼선부터 없애는 일이다. 정부와의 정책협의를 통해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부터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눈앞의 선거보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민간부문의 활력을 북돋워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함으로써 책임있는 집권 여당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극심한 정책혼선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정 당의장은 수락연설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당·정·청을 아우르는 양극화 특별본부 설치를 제안하고,'선(先) 성장 후(後) 복지'로는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성장보다는 분배에 우선을 두겠다는 얘기이고 보면 선거를 앞두고 선심정책의 남발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양극화 해소는 물론 우리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우선적 과제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경제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섣부른 분배정책이나 무분별한 선심정책은 경제활력을 저해하고 시장혼란만 가중시키면서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을 게 뻔하다. 정책을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심판받는 것은 자유이지만 선거를 앞둔 선심성 공약 남발(濫發)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왔는지는 과거의 경험에서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번 기회에 인기에 영합하지않고 국가장래를 걱정하는 정치인,그리고 정책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책임있는 여당으로 거듭 태어나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