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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흙 속에 희망을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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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봉 인천상공회의소 회장
    [한경에세이] 흙 속에 희망을 심자
    농담처럼 가벼운 거짓말을 주고받으며 하루를 유쾌하게 보낼 법한 만우절에 도무지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화마(火魔)가 휩쓸고 간 처참한 현장은 작은 부주의가 얼마나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파란 하늘 아래 새순을 내민 나무들이 전해줄 향긋한 봄내음을 기다렸건만 잿더미는 삶의 터전마저 삼키고 오랜 문화유산과 소중한 생명까지 여럿 앗아갔다. 사람들을 구하다 정작 가족을 지키지 못한 마을 이장의 안타까운 사연도 들려온다.

    직접적인 피해를 본 지역의 고통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정도와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간접적인 피해를 포함해 무너진 일상을 온전히 복구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소요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이런 고통 가운데서도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우리 안에 ‘회복 DNA’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 국민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다시 일어설 힘을 얻고 뼛속 깊이 회복력을 새겨왔다. 내가 자라온 시절을 생각해보면 그동안의 역사는 고난과 시련 극복의 연대기였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나라를 재건했고, 민주화의 물결 속에서 절망의 시대를 이겨냈다. 산업화를 지나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이 탄생했고,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또 하나 믿을 만한 힘은 ‘착한 오지랖’이다. 대개 우리나라 사람은 주변에 관심이 많고, 타인의 어려움을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수많은 이의 사회적 책임감과 공감 능력이 모여 커다란 도움의 손길을 만들어낸다. 이런 착한 오지랖과 회복의 DNA야말로 대한민국을 키워낸 원동력이 아닐까.

    고통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다. 우리가 마주한 산불은 그저 한 지역의 재난이 아니다. 온 나라가 힘을 모아 가용한 자원과 역량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움직여 물리적인 재건은 물론이고 일상을 회복할 꿈과 희망도 되살렸으면 한다. 그렇게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도움의 손길을 나누고 보탠다면 어려운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며칠 뒤 있을 식목일의 의미도 다시금 깊이 되새겨본다. 비록 커다란 불길은 순식간에 아름드리나무를 수도 없이 삼켰지만 우리의 희망마저 태우진 못했다. 회복의 힘을 발휘한다면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흙에 희망의 나무를 한 그루씩 심어 더 단단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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