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100여일 앞두고 열린우리당 '정동영호'가 출범했다.

지난 2004년 5월 '노인폄하' 발언 여파로 당 의장직을 사퇴한 지 1년8개월 만에 집권 여당의 실세 대표로 복귀한 것이다.

정 의장은 이번 전대를 통해 여권 내 유력한 대선주자로서 새롭게 자리매김했지만 당 뿐 아니라 자신의 명운이 걸린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부담 또한 안게 됐다.

◆정동영 체제 출범과 정국=당내 최대 주주인 정 의장체제는 '관리형 과도체제'와는 성격이 판이해 향후 당과 정국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 의장은 19일 첫 방문지로 한나라당의 '안방'인 대구에 들러 인혁당 사건 관련자 묘소를 찾고 유가족들과 만나 "희생자들에게 박정희는 누구였는지 생각했다"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정면 겨냥했다.

또 지하철 참사 현장을 방문,"지방정권의 총체적 부실로 참사가 일어났다"며 '지방선거 심판론'을 제기했다.

지방선거 정국에서 한나라당과의 정면 격돌을 예고한 것이다.

당 내부적으로는 전대의 여세를 몰아 당 운영을 주도하겠지만 넘어야 할 산 또한 적지 않다.

2위와의 표차가 크지 않았던 데다 2,3위 최고위원은 '반정동영' 노선을 견지했던 인사들로,이들과 전대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당 저변의 반노(反盧)정서를 아우르고 당 우위의 당·정·청 관계를 잡음 없이 여하히 구축하느냐도 과제다.

◆지방선거에 명운 건다=정 의장으로선 지방선거에 관한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선거에서 승리하면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겠지만 거꾸로 패한다면 본인은 물론 당의 존립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절박한 처지다.

정 의장은 곧바로 당을 선거체제로 전환,지방선거에 정치생명을 건다는 방침이지만 현 정치지형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전대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은 흥행실패로 무산된 터다.

전대에서 부상한 '범민주세력 연대론'의 핵심인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도 쉽지 않다.

동향(전북) 출신으로 지지가 겹쳐 대선을 향해 뛰는 정 의장이나 고 전 총리 모두 선뜻 손잡기가 여의치 않은 게 사실이다.

정 의장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등 경쟁력 있는 장관들을 총동원하는 것을 포함한 대대적인 외부 인사 영입이다.

낮은 지지율을 인물대결 구도로 만회하기 위해 1차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다.

조만간 가시화될 '내각 총동원령'의 성적표가 첫 시험대라 할 수 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