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조정국면이 한 달 이상 지속됨에 따라 현재 시장참여자들의 관심은 '과연 조정국면이 언제 끝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요즘처럼 주가를 예측하기 힘든 때도 없었던 것 같다.


경제지표와 주가와의 '정형화된 사실(stylized facts)'이 흐트러지고 있는 데다 증시 흐름을 왜곡시킬 수 있는 변수들이 돌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주가를 예측하는 데는 실로 많은 지표가 활용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과 국제유가,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미국 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스프레드 추이,경상수지,경지선행지수,고용지표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이론적으로 어떤 지표의 선행 정도가 얼마나 될 것인가를 알아보는 방법에는 교차상관계수와 마코브-스위치 모델 등이 많이 활용된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이런 방법을 활용해 현재 주가선행지표로 선호되고 있는 경제지표들의 선행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엔·달러 환율은 코스피지수에 3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수출선행정도(QPS값)가 기존의 신용장(LC) 내도액보다 훨씬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엔·달러 환율의 주가선행정도가 높은 것은 우리 제품이 일본 제품과 경합관계가 높지만 품질과 같은 가격 이외 부문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함에 따라 수출이 환율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장기이긴 하지만 국제유가의 주가선행 정도도 높게 나온다.


교차상관계수를 이용해 선행 정도를 파악해 보면 유가는 코스피지수에 9∼10개월 선행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만큼 우리 경제 구조가 수입원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유가의 주가선행정도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점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우리 산업구조가 에너지청정형 구조로 바뀌고 있는 점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대신 반도체지수의 선행 정도는 높게 나온다.


필라델피아 지수를 이용해 주가선행성을 구해 보면 반도체지수는 주가에 3∼5개월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우리 산업 구조가 빠른 속도로 정보기술(IT)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데다,삼성전자 한 종목이 거래소 시장 시가총액의 15%가 넘을 정도로 특정 종목의 편중도가 높기 때문이다.


주가에 빨리 반영하는 경제지표는 경기선행지수다.


이 지수가 발표된 직후 3개월 이내 주가에 반영된다.


반면 종전의 유용한 지표였던 고용지표는 '고용 없는 성장'이 보편화하면서 선행성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같은 지표라도 국내 지표보다 미국 지표가 국내 주가를 선행하는 정도가 높은 것이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스프레드,재고를 출하로 나눈 재고출하비율 등을 들 수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미국의 고용지표도 이 부류에 속한다.


특히 미국 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스프레드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반영한다.


최근처럼 미 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스프레드가 좁아지고 있는 것은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여전히 좋고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다는 의미다.


재고출하 비율도 미국 기업들의 실적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지표다.


이런 주가선행지표를 토대로 현재 시장의 최대 관심사인 증시 조정국면의 종결 여부를 검토해 보면 일부 지표가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주가선행지표별로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조정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해 주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