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였다" 열린우리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2.18 전당대회에서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예선격인 지난 2일 예비선거 결과와 대부분 일치했다. 최다득표는 당내 최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정동영(鄭東泳) 후보에게 돌아갔다. 정 후보는 4천450표(48.2%)를 획득해 3천847표(41.7%)를 얻은 김근태(金槿泰) 후보를 5.5% 포인트 차로 제쳤다. 정 후보가 김 후보를 4.2% 포인트 차로 제친 지난 2일 예비선거보다 두 후보의 격차가 좀 더 벌어진 셈이다. 당 관계자들은 이 같은 투표 결과가 나온 원인은 정 후보가 조직에서의 우세뿐 아니라 `양극화해소'와 `지지율 1위 탈환' 등 다양한 공약과 감성연설로 대의원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예비선거 직후 다소 하락현상을 보이던 김 후보가 `대연합론'을 주장하며 고 건(高 建) 전 총리와의 회동을 성사시키고, 광주.전남 대의원 여론조사 1위를 근거로 막판 역전을 꾀했지만 이미 판가름난 대세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강금실(康錦實) 전 법무장관에 대한 지나친 `러브콜'도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김 후보측은 603표차의 패배에 대해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이변은 일으키지 못했지만 선전'이라는 것이다. 전대 연설에서 전과 다른 간결한 메시지 전달이 대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는 자평도 내놓았다. 김 후보를 중심으로 한 재야파는 정 후보와의 격차가 뒤집기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보고 결속력을 더욱 강화해 다음 기회를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김 후보가 정 후보와의 정면대결에서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정 후보의 벽을 뛰어넘는데 실패함에 따라 재야파 일각에서 동요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3~4위 결과 역시 당내 세력판도를 정확하게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른바 `짝짓기'가 최고위원 당락의 최대 요인이었음을 반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근태 후보와 짝짓기를 한 김두관(金斗官) 후보가 3위, 정동영 후보가 파트너로 선택한 김혁규(金爀珪) 후보가 4위를 차지해 양강과의 파트너십이 당락의 가장 큰 열쇠가 됐다는 것이다. 김두관 후보는 중위권이 혼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한때 탈락설까지도 나돌았지만, 전체 대의원의 10% 안팎을 차지하는 참정연의 전폭적인 지지와 당내 양대계파인 재야파의 지원에 힘입어 지도부에 진출했다. 특히 김두관 후보는 전대연설에서 가장 열정적인 연설로 적지않은 부동표를 획득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로써 김두관 후보는 지난해 4.2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진출을 눈 앞에 두고 열정적인 연설을 앞세운 유시민(柳時敏) 후보에게 막판 역전을 허용한 한을 풀었고, 영남 대표주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혁규 후보를 제치면서 `차세대 지도자'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잡게 됐다. 당내 친노직계가 중심이 된 의정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은 김혁규 후보는 정 후보의 조직표까지 받으면서 지도부 진출에 성공했지만, 김두관 후보를 꺾는데는 실패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임종석 변수'가 경선 판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3위 당선이 유력했던 김혁규 후보가 4위에 그친 것은 정동영 후보와 가까운 당내 호남 세력들이 임종석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에 표가 분산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야파내에서는 김근태 후보의 표를 임 후보가 잠식했다는 분석도 있다. 임 후보는 당초 정동영-김혁규-임종석으로 이어지는 연대구도로 묶이기도 했지만, "김혁규 후보에 `올인'하는 편이 향후 당 운영에서 유리하다"는 정 후보측의 판단에 따라 정 후보측의 짝짓기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선 2.3위를 차지한 김근태.김두관 두 최고위원이 버티고 있는 당 지도부의 역학구도상 정 의장의 리더십이 예전같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